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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스크린으로 보는 금융 자본가들의 탐욕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대표되는 금융 시장 붕괴 이후 대중의 혈세를 빨아들인 대규모 공적 자금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금융시장은 여전히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영화 〈월 스트리트〉는 탐욕, 배신, 도덕적 해이, 거짓과 모략이 난무하는 자본주의 금융시장의 현실을 보여 준다.

금융사기로 8년간 복역을 마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 분)가 2001년 출옥한 뒤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얘기는 시작된다. 바로 2008년이다. 고든은 거짓 정보로 상대방을 파멸시켜 정부보증으로 헐값에 자산을 매수하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가격을 조작해 엄청난 이익을 챙겨 나간다.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올리버 스톤 감독

영화에서는 은행 수장들과 정부기관이 위기를 논의하는 장면이 두 차례 나온다. 거기에는 정부 관료 출신 은행가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은 전혀 훼손시키지 않은 채 손실을 모두 정부 자금으로 메우려 한다.

정부 자금이란 것이 사실은 평범한 대중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로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조금치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그 책임을 모두 평범한 대중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큰 걱정거리라면 공적자금 투입으로 말미암은 국유화가 가장 큰 걱정일 뿐이다. 그들의 입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인 7천억~8천억 달러 구제금융 요청이 나온다. 1천조 원에 이르는 돈이다. 그러지 않으면 은행이 파산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붕괴할 거라고 위협한다.

탐욕

또 하나의 인상적 장면은 고든이 《탐욕은 좋은 것인가?》라는 책을 쓴 뒤 강연을 하는 장면이다. 그는 9·11테러 이후 정부가 돈을 쓰라고 금리를 1퍼센트로 낮췄다고 한다.

빚져서 집을 사고 소비를 하는 와중에 CMO, CDO, SIV, ABS 같은 금융상품이 시장에 나돌아다녔다. 바로 모기지 담보부 증권과 자산 유동화 증권 등이다. 그러나 이렇게 증권화된 금융상품을 아는 이는 고작 75명밖에 안 될 것이라고 고든은 말한다.

과장이 섞여 있을 수는 있지만 평범한 이들에겐 그 속성이 생소하기 그지없는 금융상품들이다. 사실 이런 금융상품 거래는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수익을 증권으로 만들고, 엄청난 차입을 통해 시장에서 사고파는 투기를 하며 거품을 키우고, 누군가는 마지막에 껴안고 터지고 마는 폭탄 돌리기 게임이다.

고든은 이것이 대량살상무기라고 말하며 파산으로 이어지는 미친 게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 폭발에서 터져 나온 파편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삶을 날이 갈수록 갈가리 찢어 놓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 ‘누군가가 당신의 돈을 가져가서 쓰고는 그것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아무런 필요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타인의 부를 갈취하고 그로 인한 피해에도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며, 그것을 이용해 또 한 번 부를 쌓아가는 것이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의 금융자본이다.

이 영화는 오늘날의 금융시장을 잘 보여 준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고든조차도 금융시장의 추악한 한 부분일 뿐 건전한 조정자도 아니며 결코 정의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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