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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내가 체벌을 포기하며 생긴 일 ― 교실의 작은 기적

나는 고등학교 교사다. 나는 학생들에게 전혀 체벌을 하지 않는다. 내가 학생들에게 주는 벌이란 복도에서 잠시 서 있기, 점심 시간에 5분간 청소 하기가 전부다. 그러나 학생들은 내 말을 무척 잘 듣는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반 학생들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비록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부하지 않던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각하던 학생들은 지각 횟수나 정도가 주는 경우도 있다. 자아존중감이 낮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은 불안한 모습이 많이 줄었다. 그런 변화는 여러 선생님들이 내게 얘기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학생들은 ‘우리반 담임 샘 너무 좋다’고 자랑하는 모습까지 보여 준다.

체벌없는 학교는 가능하다.

나는 큰 일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을 뿐이다. 학생들은 대개 16년 정도의 삶을 살아온 한 인간이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삶에서 얻은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또 많은 학생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모든 학생들은 적절한 대우를 받을 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인정했을 뿐이다.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복장 검사처럼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은 해 주려 했다. 또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꼭 이야기하려 했지만, 잘한 것은 놓치지 않고 잘했다고 말해 주려 했다.

그리고 일관되게 했다. 심지어 나는 야간자율학습(야자) 인원이 적다고 교감선생님에게 불려간 다음날 아침에 ‘선생님은 어제 야자 인원이 없어서 교감실에 불려 갔다. 그러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야자를 자율로 하겠다는 결심은 지킨다’ 하고 말했다. 학생들은 나의 말을 정말이지 진심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일관된 모습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나에 대한 믿음을 심어 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학교에서 무시 받던 많은 학생들을 완전히 내 편으로 만들었으며 나아가 문제아들을 제대로 다그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졌던 학생들까지도 ‘저 선생은 그래도 인정할 만한 부분이 있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 같다.

그렇게 학생들의 요구에 진지하게 반응해 주고, 학생들의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 준 것은 학생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 준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것이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학생은 원래 전교 꼴찌에 수업 시간에는 조는 모습만 보여 줬다. 그런데 요즘 수업 시간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질문도 한다. 그 학생의 도움으로 내 수업은 훨씬 활력 넘치는 수업이 되었다. 그리고 실제 등수가 1백 등 가량 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 향상된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노력으로 삶이 바뀌어 간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바로 그 점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일 수도 있으나, 올해 1학기 초에 나는 학생들이 내가 체벌하거나 큰 벌을 주지 않는 것 때문에 나를 얕본다고 느꼈다. 또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구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반 학생들 역시 야자를 안 하고 도망가면 어떤 벌이 내려오나 하고 나를 간 본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사랑스러운 존재였을 학생들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학생들을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우하라고 압력을 넣는 교과부다. 그 위에서 압력을 넣는 이명박 정부다. 근본적으로 인간성을 말살하고 수동적인 인간만을 필요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다.

따라서 나는 이제 선을 분명히 그으려고 한다. 분명한 적은 교육부, 그 위의 이명박 정부, 근본적으로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체제다. 1학기 초에 적대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내게 스트레스를 주던 학생들은 비록 당장 내 눈 앞에서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이었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학생들은 내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16년 동안 아픔을 겪은 영혼들이자,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교사가 분명하게 자기편이라는 모습을 보여 줄 때 학교라는 체제에 같은 불만을 가지고 싸울 수 있는 잠재적인 동지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학생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학생들을 부정적인 존재들로 만들려 하는 정부와 자본주의 체제에 분명하게 거리를 두려 한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싸우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지지자들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는 나와 같이 눈 앞의 학생들이 내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왜 학생들이 그렇게 됐는지 보다 넓은 시각으로 고민한 선생님 두 분이 매우 중요했다. 두 분은 내가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에게 압력을 받을 때 나를 위로하며 지지해 줬고, 교무실에서도 나를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상한 놈’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주는 세 명의 모임의 일부로 만들어 줬다. 온갖 심적·물적 도움도 줬다. 만일 그런 지지자들을 찾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도 교무실의 외톨이가 됐을 것이다.

이런 경험으로 보건대 나는 체벌 없이 학급을 제대로 잘 운영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학생들이 비록 교사를 괴롭게 하더라도, 학생들을 그렇게 부정적인 존재로 만든 상황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가 누구를 대상으로 싸움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할 수 있다. 둘째는 학생들의 편에 서 있는 모습을 매우 일관되게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생들 중 대다수를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셋째로 동료 교사들 중 자신의 지지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는 고립되지 않고 일관되게 학생들을 괴롭히는 체제에 맞서 싸우는 흐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체벌이 없는 학급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분명 가능하다. 교직에서 학생들을 체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애정 넘치는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들이 자신은 절대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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