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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시대가 열리는가?

이것은 2009년 경제 위기 초기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에서 헤매고 중국이 9퍼센트 성장률을 전망할 때 수많은 주류 언론과 정치인 들이 던진 질문이다.

같은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하는 것은 일부 전문가만이 아니다. 예컨대, 최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미국과 중국 환율 전쟁은 “초강대국 G2의 탄생을 공식화하는 것”이며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 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미국 제조업계는 중국의 경쟁국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미국 지배자들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을 전 세계의 ‘공적’으로 만들려고 중국의 세계 성장을 과장하곤 한다.

물론, 중국은 다른 선진국은 따라오지 못할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불균등 발전의 중요한 실례로 이 성장이 계속된다면 세계 질서에 큰 변동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자본주의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미국과 다른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양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올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된다지만,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3분의 1도 안 된다. 중국 1인당 소득은 미국의 10분의 1에 그친다.

약점

중국 무역수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강점만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을 빼고 거의 모든 선진 국가에 대해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 중국이 핵심 부품을 일본, 유럽, 한국, 타이완 등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으로부터도 많은 양의 첨단 제품을 수입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중국이 이들 나라 기업의 생산기지 구실을 하기 때문이고, 좀더 근본적으로는 서방 다국적 기업과 극소수 동아시아 기업이 첨단 산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9년에 항공기, 자동차, 컴퓨터, 의약품, 건설 장비, 농업 장비 등 핵심 산업에서 다섯 개 안팎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50~1백 퍼센트를 차지했는데, 그중에 중국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반면, 미국 기업은 이들 분야에서 모두 한 개 이상 포진해 있었다.

중국은 미국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내지 못하면 경제 성장에 필요한 상품을 수입할 수 없다.

중국이 필사적으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의 강점 뒤에는 약점이 숨어 있는 것이다.

또, 중국의 외환 보유고 2조 3천억 달러는 세계 외환 보유고로는 1위 규모지만, 미국 10대 기업 주가만 합쳐도 이보다 많다(약 2조 4천억 달러). 대다수가 미국 월가에 근거를 둔 5백대 자산관리사들은 중국 외환 보유고의 서른 곱절에 이르는 돈(64조 달러)을 굴리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상품과 원재료를 수입하면서 전 세계 수많은 나라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 가까이를 중국에 수출하는 일부 동아시아 나라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 경제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일본, 독일과 유럽 나라들의 국내총생산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퍼센트다.

물론, 경제 위기 발생 후 이 나라들은 중국의 수입 확대에 의존해 성장률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때때로 중국의 외교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현재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90년 일본보다 작다. 당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더라도 당분간은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 촘촘하게 연결된 4백여 개 군사 기지와 동맹들을 통해 행사하는 전 세계적 영향력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이다.

중국이 2008년 아프리카에 함대를 파견했을 때 ‘최초의 해군 파병’이라 떠들썩했던 것을 보면 중국 힘의 세계적 투사력이란 것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G2론이나 미국이 쇠퇴하면서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직 사실이 아니다.

기대

보통 좌파들이 중국의 힘을 과장할 때는 중국의 부상이 진보적 구실을 하기를 기대하는 소망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사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경제 군사 강국이 된다 하더라도 과연 중국 국가가 국제적으로 진보적 구실을 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먼저, 최근 환율 전쟁이 보여 주듯이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수많은 이기적 자본주의 국가와 다르지 않다. 이 싸움에서 중국이 이기든 미국이 이기든, 결과는 경쟁적 통화 가치 저하를 통한 ‘밑바닥을 향한 경주’일 뿐이다.

또, 중국은 규모에서 아직 미국에 못 미칠 뿐 만만치 않은 제국주의 개입 역사를 가지고 있다.

티베트와 신장은 가장 눈에 띄는 사례일 뿐이다.

혹자는 이란과 북한, 베네수엘라 문제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 준 ‘진보적’ 입장을 가리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핵이라는 위선적 근거로 북한과 이란을 손보지 못하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에서 급진 개혁을 펼칠 수 있었던 국제적 환경이 조성된 핵심 이유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아니라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항 세력의 반발 때문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었다.

중국 국가는 이런 저항을 돕기는커녕 2001년 열강 중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먼저 찬성했고 이라크 침략 전에도 미국에 반대하는 시늉을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오히려 부시가 이라크에서 승리를 선언한 후에는 전쟁에 반대한 다른 열강에게 미국이 이긴 현실을 받아들일 것을 권유했다.

불의하고 폭력적인 자본주의 세계질서에 맞서는 투쟁에서 중국은 결코 우리의 동맹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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