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다.
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가 승리하면 전국 사내하청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11월 21일 조퇴하고 들뜬 마음으로 울산에서 열린 파업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초인적인 힘으로 농성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어 결의에 찼고 정문 앞 ‘몽구산성’을 무너뜨릴 기세였다.
집회가 한층 고조될 무렵, 비정규직 황인화 조합원이 분신을 시도했다는 얘기가 들려 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주뼛거리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측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그가 느꼈을 설움과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파업 이틀 후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의 주식 자산가치가 2조 2천5백92억 원으로 재벌 2세 중 주식부자 1위라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너희는 쥐 죽은 듯 일만 해라. 임금은 우리가 알아서 줄 테니 너희는 그저 묵묵히 이윤만 뽑아내면 되는 거다. 너희가 비정규직이어야 우리 이윤이 늘어나는 거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정의선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번 파업은 단순히 현대자동차와의 싸움이 아니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명을 바꾸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바꿀만 한 싸움”이라고들 한다. 그러려면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나아가 민주노총의 연대와 투쟁이 필수적이다. 다시는 노동자의 몸에 불을 붙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