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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3차 재판:
경찰의 거짓과 진정한 의도가 드러나다

12월 9일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3차 재판이 열렸다. 5월 7일 우리를 연행했던 경찰 이종순, 문장보, 이형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증인 심문은 경찰의 위선을 속 시원하게 드러낸 통쾌한 순간이었다. 변호인은 날카로운 제기로 증인들을 쩔쩔매게 했다.

사실 조작이 드러나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레프트21〉 발행 명의의 신문 형식의 유인물들을 … [판매한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건네 주었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 세 명 중 유일하게 강남역 판매 현장을 목격한 이종순도 처음에는 판매하는 것을 보지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종순은 자신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우리가 “1부당 1800원에 판매한다고 …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서술했다.

변호인이 이를 날카롭게 지적하자 이종순은 판매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종순은 현장에서 〈레프트21〉 한 부를 구입한 사실도 시인해야 했다. 다른 경찰들도 〈레프트21〉 신문이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우리가 “구호를 수회 제창”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종순은 구호를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로써 검찰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위증

그럼에도 경찰들은 계속 우리가 집회를 했다고 우겼다. 이종순은 우리가 “안보 위기는 사기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 주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들도 그 같은 유인물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당시 우리가 나눠 준 유인물은 다함께 사회포럼과 맑시즘2010을 알리는 광고지였다.

경찰의 거짓말은 금새 드러났다. 변호인은 경찰이 다량을 목격했다는 유인물을 왜 한 장도 확보하지 못했는지 추궁했다. 이종순은 우리가 금새 치워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고, 문장보와 이형수는 정신 없었다는 둥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특히 이종순은 강남역에서 우리가 가로 막아 수색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당시 경찰은 거리에서 짐을 풀어 헤치고 채증을 했다. 이를 증명할 동영상도 있다.

결국 경찰은 집회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유인물의 존재도 증명하지 못했다.

또한 경찰들은 변호인이 제기한 의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명백한 집시법 위반이면 왜 1시간 반이나 지나서 연행 했는가? 지원 경력이 충분히 도착하고도 왜 1시간 가까이 연행을 하지 않았는가?

문장보는 우리가 “왜 못 가게 하느냐”며 항의했다고 경찰 자체 조사에서 진술했다. 변호인이 이를 지적하며 체포 사유를 처음부터 말하지 않고 감금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문장보는 당황하며 진술을 거부했다(증인은 진술거부권이 없다는 것을 변호인이 지적하자 곧바로 말을 바꿔 “모른다”고 답했다).

이종순은 처음부터 집시법 위반 사실을 고지했다고 했는데, 이것 자체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집회에 대한 자의적 판단

그러나 설령 정치적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나눠 주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과 1996년에 의사 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 1991년 서울지법은 노동조합의 유인물이 언론의 자유로 보장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물며 〈레프트21〉은 법에 등록한 정기간행물이기에, 〈레프트21〉 명의의 유인물을 내서 반포한다 해도 국가에 의해 방해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종순은 유인물 뿐 아니라 집회의 근거로 “피켓을 들고 조끼를 입었”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 또한 표현의 자유로 보호 받을 대상이다.

또 사건 당일 늦게 도착한 문장보와 이형수도 우리가 집회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가 연행에 항의한 것을 집회라고 했다.

1시간이 넘도록 불법으로 감금해놓고 갑자기 잡아 가는데, 그럼 군말 없이 잡혀 가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앉아서 스크럼을 짜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은 당시 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항의였다.

변호인이 이형수에게 앉아 있는 것도 집회냐고 반문하자, 그는 궁색하게도 “집회라고 듣고 갔으니까” 집회로 봤다고 답했다.

경찰은 집회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판매자들을 연행했던 것이다.

진정한 의도 – 민주주의 억압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변호인이 묻자, 이종순은 뻔뻔스럽게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레프트21〉이 등록된 정기 간행물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본다. 〈민중의 소리〉 같은 인터넷 언론을 자주 검색한다.”

또 그는 “피고인들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를 팔기 위해 똑같이 했어도 집회라고 보겠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정치적] 내용에 따라 다르다”고 답해 재판 방청인들을 경악시켰다.

검사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레프트21〉의 주장을 거론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판매 행위를 본 적 있느냐”며 주장 내용을 문제 삼았다.

검찰과 경찰은 진정한 의도를 드러냈다. 바로 정부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레프트21〉 판매 탄압은 민주주의 억압이라는 우리의 주장은 옳았다.

이번 재판은 경찰의 거짓과 진정한 의도가 드러난 자리였다. 재판 방청인 수십 명은 경찰의 추악한 일면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판사는 그런 광경이 불만이었던지 검사에게 경찰 한 명을 더 증인 신청하라고 훈수 두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재판에는 우리 측 증인과 함께 경찰이 또다시 증인으로 나온다. 그리고 우리 6인이 최후진술을 할 예정이다.

다음 재판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응원해 주길 바란다. 검사는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에게 방청인 수십 명을 보고 “위축되지 마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많은 방청인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우리 6인은 계속 단단하게 투쟁할 것이다.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4차 재판

■ 일시 : 2011년 1월 27일(목) 오후 2시

■ 장소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08호(2·3호선 교대역 10번 출구)

■ 판사 : 형사 단독22판사 소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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