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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총학생회 선거 결과와 좌파 학생들의 과제

지난 2년간 학생회 선거의 특징이었던 ‘운동권’ 총학생회의 약진은 올해 서울 주요 대학들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는 경희대, 고려대, 덕성여대, 동국대, 명지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천대, 인하대, 부산대 등에서 조직좌파·범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했다.

이른바 ‘비권’ 성향이 후보를 내지 못한 곳도 많았다. 특히, 이화여대 선거는 ‘기독교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향의 학생들이 후보를 내지 못해 22년 만에 좌파 후보 단선으로 치렀다. 고려대는 지난해 ‘운동권’을 비판하며 출마한 ‘소통시대’ 경향의 선본이 학생들을 사찰한 것이 드러나 중도 사퇴해 두 좌파 선본이 대결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조직좌파 선본 셋과 ‘비권’ 성향의 선본 하나가 출마해 조직좌파 선본들이 모두 합쳐 88퍼센트를 득표했다. 2등과 8백 표 차이로 당선한 전국학생행진 경향의 ‘Action AGAIN’ 선본은 정치적 투쟁을 압도적으로 강조했다. 이들은 얼마 전 프랑스 총파업에 연대한 학생들처럼 “경제 위기를 노동자·민중의 희생으로 극복하려는 그 뻔한 시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서 투쟁하는 것만이 ‘대안’이고 ‘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관점으로 학생회를 운영해야 한다.

올해 총학생회 선거 결과는 학생들이 급진화·정치화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학생들의 급진화는 2008년부터 촛불운동, 경제 공황, 용산참사 항의운동, 쌍용차 공장 점거파업,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파업 등을 거치면서 이뤄졌다.

올해는 청년·학생들이 대거 참가한 대중 시위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운동 상황과 급진화 수준 사이의 간극은 정치적 대안에 대한 갈망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국 경제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악화되고 있다. 진보적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릴 미래, 한반도의 위기 때문에 대안을 애타게 찾고 있다. 올해 ‘김예슬 선언’의 파장,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수십만 부 팔린 일들은 급진화를 보여 준다.

하지만 조직된 좌파들이 학생회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자동으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올해 학생회 선거에서 보여 준 학생운동의 잠재력은 학생회 좌파 활동가들이 더 광범한 학생들을 투쟁으로 이끌고 학생운동이 노동자 투쟁 등 더 큰 사회적 투쟁의 방아쇠가 되도록 노력할 때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

장하준이나 마이클 샌델의 책이 혁명적 대안보다는 개혁주의적 대안 제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여 주듯이, 학생들은 급진화하고 있으나 대체로 혁명적 대안을 수용하기보다는 급진 개혁주의에 이끌리고 있다. 또, 기성 제도권 정치에 대한 환멸과(종종 비민주적으로 토론 없이 활동을 조직하는) 스탈린주의 운동의 경험 때문에 운동 초심자들은 학생회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곤 한다.

그래서 학생회 활동가들은 종종 각 대학 부문의 요구를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부문주의나, 인기 없는 투쟁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실용주의의 압력을 수용해 정치적 시야를 놓치기도 한다.

좌파 학생회 활동가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과 스탈린주의 운동에 대한 반감의 합리적 측면을 공감하면서도 학생회가 왜 정치적 문제를 회피해선 안 되는지 실천과 논쟁 속에서 입증해 보여야 할 것이다.

이때 어떤 정치냐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의 불만과 각 시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핵심 고리를 포착해 아래로부터 대중 행동을 확대하려는 정치가 필요하다. 요구의 성격뿐 아니라 무엇보다 요구를 성취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좌파 학생들은 학생회를 운영할 때 계급적 연대를 놓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겪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비롯되는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각각의 문제들은 전체 계급 세력 균형의 영향을 받는 정부와 학교 당국의 대응, 대중의 정서와 자신감, 투쟁 등에 달려 있다. 예컨대 (지금은 누더기가 된) 취업후 상환제는 정부가 쌍용자동차 점거투쟁이 한창일 때 내놓았다. 노동자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질 때 정부는 다른 부문에 양보안을 제시해 투쟁 확산을 막으려 애쓴 것이다.

지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서는 재정 긴축 정책의 여파로 제 2의 1968반란으로 불릴 정도로 학생운동이 분출하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 자본주의가 낳은 위기들은 학생들이 돌연 저항에 나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 대학 구조조정, 등록금 인상 등으로 내년에는 학생들의 불만이 저항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저항은 노동자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 2011년 조직된 학생 좌파들의 능동적 구실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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