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대량해고 저지 투쟁:
투쟁 수위를 높이며 비정규직과도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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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이 기간을 연장하며 희망퇴직을 종용했지만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들은 50여 명밖에 안 된다. 노동자들 대부분이 ‘절망 퇴직’이 아니라 ‘희망 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휴업자들을 포함해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쌓여 온 분노를 터뜨리며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장과 부산시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했다.
이런 노동자들의 기세를 본 사측은 한발 물러서 교섭을 제안하며, 1월 5일 예정했던 해고 통보를 연기했다. 교섭으로 투쟁의 김을 빼고 시간을 벌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그러나 이미 2월에 “구조조정 중단”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버린 사측이 쉽게 물러설 것이라고 보는 조합원들은 별로 없다.
사측은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하려 한다. 국내 조선소 중 유일하게 연구소까지 해외로 이전했고, 설계 부문에 이어 품질관리부서도 분사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필리핀 제2조선소 건립 계획도 발표했다. 핵심 부서만 남기고,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은 늘려 “값싼”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2003년에 빼앗긴 것을 되찾겠다’는 게 저들의 진정한 속내다.
한진중공업 특수선에서 일하는 이봉희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사측이 일을 전부 하청업체에 외주를 주고 조합원들을 휴직시켜 버리고 있으니 문제예요. 다른 조선소들은 물량을 많이 수주했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요? 이 기회에 노조를 완전히 죽이려는 것이죠.”
연골 파열
상선에서 일하는 박희찬 조합원은 “사측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수주를 몰아줘 이득을 챙기고, 이를 통해 영도조선소 구조조정의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뼈 빠지게 번 돈으로 수빅조선소를 만들었으면 이제는 우리에게도 일을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합원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봉희 조합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내가 저런 놈들(사측)을 위해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나 싶어 억울해 죽겠어요. 쪼그려 앉아서 용접을 하면 퇴행성 관절이나 연골 파열이 와요. 그렇게 일해 온 대가가 이건가요?
“임금이 2년째 동결됐어요. 40~50만 원에 달하는 고정 연장근무도 사라졌죠. 휴업으로 월급도 줄고요. 마이너스 통장 만드는 사람들이 천지죠. 그런데 저놈들은 주식배당이다 하면서 돈 잔치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분통이 터져요.”
지역의 시민대책위는 이런 노동자들을 지지해 홍보전, 촛불 문화제 등을 이어 가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 2월 투쟁 때보다 더 신속하게 결성됐고, 참가 범위도 더 넓다.
물론, 대책위에 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 ‘노사 간 중재’ 등의 요구가 부각되는 것은 아쉽다. 시민대책위는 ‘중재’가 아니라 사측의 일방적 고통전가를 비판하고, 투쟁을 강화하는 데 활동의 중점을 둬야 한다. 민주당 등 야당들이 KEC·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서 한 ‘중재’는 점거 해제를 종용하며 투쟁의 사기를 꺾는 일이었다.
특히 사측이 정리해고를 강행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노조는 더 강경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공장 안 농성으로 주요 공정을 중단시키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 점거파업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점거파업은 생산에 가장 직접적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연대의 초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2003년 김주익 열사 투쟁 때처럼 공장 출입구를 봉쇄하고 강력한 힘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과의 단결은 당시 파업에 실질적 힘이 됐다.
한 하청 노동자는 2003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주익 열사가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 노조 간부들이 공장 앞에서 우리에게 함께하자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때 동참한 하청 노동자가 억수로 많았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사측은 순차적으로 정규직을 없애고 비정규직을 더 확대할 것”라며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더불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도 지역 연대파업을 포함해 더 강력한 연대투쟁에 나서야 한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지역지부 연대집회, 영남권 노동자대회 등을 이어가며 연대를 확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투쟁 수위를 높일 때, 이런 연대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