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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왜 집회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는가

“집회에서 장사를 한다”, “그렇게 좋은 내용이면 공짜로 주지.”

내가 집회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할 때 가끔 이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을 접한다. 왜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 집회에서 신문을 판매할까.

내가 만난 〈레프트21〉 구독자들은 대체로 기업과 정부를 통쾌하게 비판하는 점이 ‘청량음료 같이 속 시원’하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비판이 가능하려면 시중의 다른 신문들과 재원부터 달라야 한다.

조중동 같은 신문은 기업주들의 이해를 대변할 뿐 아니라 그 신문의 사주들 자신이 이 나라 지배자이기도 하다.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성향 신문들도 기업과 정부의 광고를 받기 때문에 약점이 있다. 최근 〈한겨레〉에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광고가 게재된 것은 진보적인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레프트21〉은 정부 후원과 기업 광고를 받지 않고 신문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학생, 평범한 사람들의 돈으로 운영한다. 국회가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기업이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할 때 날카로운 비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문 판매는 사람들의 지지를 확인하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다.

불균등

〈레프트21〉은 집회에서 공개 판매대를 설치하고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신문을 판다.

어떤 사람은 ‘이미 알 거 다 아는 사람들 말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집회의 요구를 알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신문 판매가 운동 참가자들 사이의 입장 차이를 부각해 단결에 해롭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이미 현실에는 각각 고유한 정치를 가진 단체들이 존재한다. 노동자들도 주변 환경과 구체적인 경험이 다르고 설사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사장들에게 맞서 싸우는 사람들 역시 의식이 불균등하다.

집회 같은 행동에 나설 때도 불균등한 의식이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운동의 방향을 놓고 여러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야 하는가. 현대차 공장점거 파업 중에 정규직 연대 파업을 호소하던 연대 단체들은 외부세력인가.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에서 더 큰 책임은 누구고 누구를 좀더 비판해야 하는가. 등록금 인상을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렇게 운동 내에서 필요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그것을 접한 노동자, 학생 스스로가 판단하게 하는 것이 민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두고 논쟁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필수적이다. ‘장사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근본적 차이점을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이다.

〈레프트21〉을 집회 대열에서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운동과 대화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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