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전북 버스 노동자 파업 지지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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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업 중인 전북의 버스 노동자들을 지지방문했다. 파업 노동자 중 일부는 지금 전북의 ‘여당’인 민주당 중앙당사의 방 하나를 점거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 6일 동안 단식을 했다.
파업을 지도하고 있는 박사헌 동지의 말을 들으니, 파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체불 임금이었다. 적게는 1천만 원, 많게는 3천5백만 원까지 있단다.
이것을 해결해 달라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간부에게 요구했는데, 노조가 가져온 교섭 결과는 위로금 1백만 원이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각서 쓰고 인감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조합 간부는 별도로 약간의 웃돈을 받았고 조합원과 상의 한번 없이 맘대로 협상을 끝냈다. 기가 찬 노동자들이 이런 노조를 버리고 민주노총 운수노조에 가입해 이번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과거에 노조는 사장과 교섭을 하면, 횟집에서 했단다. 사장이 회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함께 단식에 참가한 남상훈 동지는 “노조가 90년 됐다. 그런데 분위기는 우리들이 사장과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억압적이다” 하고 얘기했다.
어떤 작업장에서는 임금동결을 조건으로 한 사람당 2만 원을 조금 넘는 운전자보험을 직원들에게 들어주기로 했다. 얼마 뒤에 조합 간부는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고 와 그 보험을 자기를 통해서 든 것으로 하고 연말에 억대 성과급을 챙겼다고 한다.
전주시는 ‘고임금 노동자’라고 비난했지만, 이 노동자들의 월급은 고작 1백50만 원 안팎이다. 그것도 열대여섯 시간을 일한 대가다.
파업이 이렇게 오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태껏 사측은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제대로 교섭 한번 하지 않았다. 전라북도, 전주시, 경찰, 언론이 나서서 버스 노동자들을 탄압·비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지방 정부는 흑색선전을, 경찰은 폭력 진압을, 언론은 진실 외면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버스회사 사장들이 지역 토호 세력이라고 한다. 그런 이들이 오랫동안 민주당이 지배해 온 전라북도의 정치인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들이 의심하는 것은 떼인 임금이 민주당과 부패사슬을 유지하는 데 쓰이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까지 와서 민주당을 점거하고 단식을 하며 투쟁한단다.
노·사·정 ‘환상의 트라이앵글’이 평범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기만했다고 믿는 이 노동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기 고장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하는 버스 노동자들의 삶은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타지역 버스 노동자들도 이 투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단다. 파업 중인 전북의 9백여 버스 노동자들과 파업하고 싶은 전국의 버스 노동자들을 위해서 이 투쟁은 꼭 승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