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신임 위원장의 투쟁 외면 발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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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웅 신임 전교조 위원장이 각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접하자니 착잡하다. “이념과 관념에 따른 투쟁은 지양하겠다”, “교과부와 상생의 틀을 마련하겠다”, “교원평가 저지 투쟁은 뼈아픈 반면교사다”, “곽노현 교육감의 체벌 전면 금지로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다” 등이 그가 지난 6~7일 사이에 각종 언론을 통해 내놓은 말들이다.
‘신자유주의 저지 투쟁 노선 대신 진보교육감 등장에 걸맞게 학교 혁신에 집중하는 등 정책 제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장 위원장 발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혁신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공교육 정상화마저 정부는 가로막아 왔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막바지에 교원평가와 일제고사, 교육과정 개악, 국립대 법인화와 사립대 구조조정 등 대학체제 재편이 있음은 새삼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전교조의 끈질긴 저항과 투쟁이 있었기에 신자유주의 교육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이 늦어지거나 완화돼 온 것이다.
그런데 검증되지 않는 ‘국민 여론’을 이유로 교원평가 저지 투쟁을 실패한 투쟁으로 낙인찍고, 교육 공공성 훼손의 주범인 교과부(정부)와의 상생을 기대하는 전교조 위원장을 보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교과부가 교원평가를 빌미로 교사 1천여 명에게 60~2백40시간 연수를 강제하는 상황에서, 전교조 대표 자신이 교원평가 저지 투쟁을 저버리다니.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현장 교사의 심정은 유감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교과부는 시행령을 제정해 기필코 교원평가 전면 실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단체협상 간섭은 물론 계속 전교조 탄압과 법외 노조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교과부와 저항이 아닌 상생 관계를 맺겠다는 상황 인식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 상품화’ 대 ‘교육 공공성 강화’라는 상극인 두 방향이 어디에서 어떻게 상생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MB와 상생의 틀을 만들고 싶다’고 발언했다면 노동운동계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
장 위원장은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은 핵심적으로 민주노동당 후원 관련 조합원 1백84명 징계 강행과 공안검찰의 무더기 기소에 대응하려고 시작한 것이다. 그 재판은 지금 진행중이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 교과부 장관 퇴진 운동을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중단하면서 교과부와의 대화 재개에 기대를 거는 것이 백기투항과 어떻게 다른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가 교권을 침해한다’고 언급한 것과 학원·학교를 비교하는 대목에 이르면, 그의 철학 빈곤 수준을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교육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적 영역이다. MB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이것은 전교조와 교육 주체들이 여전히 신자유주의 저지 투쟁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이며, 투쟁해야 할 시기에 투쟁을 외면하는 발언들이 단순한 ‘유감’ 수준을 넘는 이유다.
MB에 맞서 투쟁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교육 공공성을 쟁취하겠다는 전교조 위원장의 속 시원한 인터뷰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