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설연대체:
민주당과 계급연합하려는 ‘정치적 노사협조주의’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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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30일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진보진영 단결의 구심체로서 상설연대체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다. 그 뒤 3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 방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역주행과 탄압에 맞서 진보민중진영의 광범위한 단결”을 이루는 것이 새로운 상설연대체의 취지라고 했다.
대다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보진영의 투쟁 구심체를 만들겠다는 새 지도부의 의지에 적극 공감하며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1년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는 첨예한 논쟁 속에 준비위 출범조차 불투명하다는 보도를 접했다. 물론 나는 정기대의원대회 안건지를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무슨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세부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언론의 보도를 통해 ‘상설연대체가 민주당과 연대·연합을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논쟁점임을 알게 됐다.
사용자계급과 상설적 연대 ― 정치적 노사협조주의를 추진하려 하는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부르주아 야당인 민주당과 연대·연합 문제(소위 ‘민주대연합’)는 진보진영 안에서 중요한 쟁점이 됐다. 진보진영의 일부 지도자들은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는 민주당과의 공동정부 수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상설연대체가 사용자계급에 기반을 둔 민주당과 연대·연합 하려 하면 오히려 대중투쟁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상설연대체의 애초 취지였던 ‘광범한 단결을 통한 대중투쟁 건설’에 ‘독’이 될 뿐이다.
우려스럽게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진보진영의 상설연대체가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참가하는 연대 기구(가칭 ‘범국민운동본부’)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여러 쟁점에서 민주당과 연대해 왔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민주당과 힘을 합쳐서라도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물리치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래서 특정 사안에서는 불가피하게 민주당과 연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항상 우리가 원하는 조건과 상황에서만 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타협이 필요할 때 불가피한 타협인지, 아니면 불필요하고 배신적인 타협인지 구분해야 한다. 민주당과 상설적인 연대·연합은 단기적인 이익 여부를 떠나 진보진영의 힘을 약화시킨다.
실제로 민주당은 집권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친제국주의, 반노동자, 친기업 정책을 펼쳤다. 비정규직, 한미FTA, 도시 재개발, 쌍용차 대량 해고 등 ‘반MB’ 쟁점 대부분은 그 뿌리가 민주당 정부에 있다.
지금까지도 민주당은 자신들이 해 온 짓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다. 또한, 민주당은 지금도 사실상 집권당 구실을 하는 전북 지역에서 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탄압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사를 점거하고 농성까지 하고 있다.
이런 일을 보면 많은 조합원들은 민주당이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기업주들 역시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고액의 후원금을 바치는 것을 보면 누가 자신의 편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과 연대하는 것은 적대계급과의 연합이고, 이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배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노동 진보 진영의 진정한 힘을 갉아먹을 것이다. 실 예로, 그동안 진보진영의 일부 지도자들은 민주당과 연합하려고 우리 편의 요구 수준을 낮추고 투쟁을 통제해서 결정적 시점에 운동의 김을 뺐다.
지난해 말에 벌어진 KEC 점거파업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파업 때 진보진영의 일부 지도자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중재자 구실을 하면서 점거 농성을 해제시키는 데 한몫했다. 언론악법 저지 투쟁에서도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배신적 타협을 하는 바람에 진보진영이 뒤통수를 맞은 바 있다.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연합을 하고 정치적 비판을 자제한다면 어느 단계에 가서는 투쟁 참가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뿐 아니라, 광범한 단결을 통해 대중투쟁을 건설하겠다는 상설연대체가 오히려 대중투쟁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정치적 노사협조주의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상설연대체가 민주당과의 계급연합(사용자계급과 연대)에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고 노동계급의 단결강화에 복무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