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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일탈조차 경찰력으로 막는 한심한 정부

2월 9일,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을 하기 전부터 학교에서는 ‘건전한 졸업식’을 위해 주의해 달라며 공문을 보냈고, 졸업식에 교복을 입고 오지 말라는 소리까지 했다. 사복을 입고 오면 옷을 찢거나 밀가루 등을 뿌리는 ‘폭력적’ 뒤풀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교에 가자 순찰차들이 보였고 정복 경찰이 학교 주변을 돌아다녔다. 경찰뿐 아니라 ‘어머니 폴리스’ 까지 있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탈행위’를 막기 위해 배치됐다고 하는데, 졸업식이 집중된 8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졸업식에 동원되는 경찰만 무려 4만 7천 명이라고 한다.

졸업식에 경찰이라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왔다는 느낌보다는 졸업생들을 감시하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뒤풀이 사건 발생 시 조기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을 한다는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뿌리는 행위는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교육환경과 입시 지옥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3년간 두발 및 교복 검사를 받으며 쌓인 불만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이런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졸업식마저 경찰력에 기대는 모습이 마치 이 정권의 무능함과 민주주의의 수준을 보여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