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한 기회에 자주계열 활동가로부터 이집트 혁명에 대한 견해를 듣게 됐다.
그 동지는 ‘현재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엘바라데이 같은 사람을 내세워서 야권의 단결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을 치르려고 하고 있는데, 무슬림형제단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 동지의 주장은 야권이 단결해서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잘 치뤄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지금 상황에서 혁명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은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낸 거대한 대중반란에서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혁명 초기에 거대한 대중 반란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 소속 기층의 회원들이 반란에 참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무바라크가 퇴진하기 직전에는 정부와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시위대의 요구를 뒤로한 채 정권과 협상을 시작했다. 한편, 이집트의 ‘야권’은 질서회복을 얘기하며 군부와 협상을 했고 과도내각에 장관으로까지 입각했다.
아직 이집트는 무바라크가 물러난 것 이외에 시위대가 요구했던 그 어떤 과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30년간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과 빈곤 심화, 엄청난 실업률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마치 한국의 1987년처럼 무바라크를 물러나게 만든 거대한 대중반란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고무하고 있다. 노동자 수십만 명이 무바라크가 물러난 것에서 멈추지 않고 노동조건의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했다.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경제적 정의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가 제시한 약간의 온건 개혁을 받아들이면서 선거에 기대는 것은 혁명의 진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고 더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대중의 염원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집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의 주체로 우뚝 서 자신들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지금은 작업장과 학교, 거리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혁명을 확산시켜 완전히 새로운 이집트를 건설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노동계급의 도전을 고무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