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베이글녀’가 무슨 말인지 궁금해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속옷만 걸친 여성의 커다란 화보와 함께 “165cm, 47kg의 가녀린 체형이지만 …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졌다며 감탄하는 내용이 뜬다.
그런데 맙소사! 이것은 바로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을 표방하는 〈민중의 소리〉 2월 17일 치 기사 제목이다. 기사 밑에는 성형수술, ‘수술 없이 살 빼는 법’, 가슴 확대, 질 수축 광고가 줄줄이 뜬다. 이 외에도 온갖 연예인 외모 품평 기사들이 즐비하다.
오늘날 여성차별 중 일상적으로 여성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바로 외모지상주의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혐오하면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에 시달린다. 또한, 성 상품화는 여성들의 ‘섹시한’ 이미지를 상품 판매의 수단으로 삼고, 여성을 눈요깃거리로 취급한다.
진보언론이라면 여기에 정면으로 반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중의 소리〉는 스스로 여성차별적 관념을 퍼뜨리는 수단이 되고 있다.
단지, 연예 뉴스나 광고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도 아니다. 현대차 파업에 참가한 여성 조합원들을 다룰 때조차 “미녀 쌍둥이”라며 외모를 강조하는 제목을 단 것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성차별적 내용이 가득한 연예·스포츠 섹션을 만들고 성형수술 광고를 실어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식으로 〈민중의 소리〉 조회수를 올려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는 동안, 여성차별에 진지하게 맞서고자 하는 수많은 진보적 여성·남성 독자들이 실망하거나 떨어져나갈 것이다. 실제로 나는 여성운동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민중의 소리〉의 이런 행태에 대한 불만을 여러 번 들었고, 한 민주노동당 당원이 항의 편지까지 보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것은 〈민중의 소리〉에 실린 다른 진보적이고 훌륭한 기사들의 가치를 깎아먹을 것이고, 〈민중의 소리〉가 차별과 억압에 반대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레프트21〉이 정부와 기업의 광고를 일절 받지 않고 독자들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만 운영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에 도전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이 돈이라는 수단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민중의 소리〉는 진보언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