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동자 반란인 1917년 러시아혁명은 거의 1백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교훈을 준다. 러시아혁명은 지금 변화를 바라며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교훈을 준다.

러시아 혁명은 단 한 번의 영웅적 행동도, 모든 노동자가 하나가 돼 동시에 전진하는 단선적 과정도 아니었다.

혁명은 의식이 없는 로봇이 아니라 모순적 의식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대중이 일으키는 것이다.

러시아혁명의 동력은 노동계급이었고, 그들은 서로 다른 개성과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혁명에는 전진도 있었지만 후퇴도 있었고,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급격한 국면전환도 있었다.

러시아에서 첫 번째 혁명은 1905년에 일어났다. 당시는 절대왕정이 광대한 제국을 지배했다. 대다수 농민은 거의 굶주리다시피 하면서 살았고 토지는 부유한 자들이 독차지했다.

엄청난 경제적 변화와 함께 빈곤이 공존했다. 대규모 현대식 공장들은 무기와 의류를 생산했고, 철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들을 연결했다. 1890~1900년 사이에 공장 노동자 수는 1백40만 명에서 2백40만 명으로 거의 갑절로 늘었다.

1904년 러일전쟁은 차르 니콜라이 2세의 굴욕적인 참패로 끝났다. 이것이 낳은 반전 정서는 임금 하락과 끔찍한 조건에 대한 노동자의 분노와 결합됐다.

1905년 1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폰 신부는 노동자와 농민을 이끌고 이들의 삶을 보살펴 달라고 차르에게 청원하려 나섰다.

차르는 군대에 명령을 내려 시위대에 발포했고 수백 명이 죽었다.

전국이 분노로 들끓고 거대한 파업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정치 모임들이 열리고 전술과 정치 사상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평생 동안 권위에 굴종해 온 노동자들은 불과 몇 달 만에 오랜 세월 수용해 오던 지배 사상에 도전하고 평등을 요구했다.

대중파업은 경제적 권리 투쟁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투쟁을 결합시켜 차르 체제에 도전하는 단결된 운동이 탄생했다.

러시아혁명은 투쟁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강한지 극적으로 보여 줬다. 러시아혁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노동자들을 분리시키던 직종 간, 도시 간 장벽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러시아혁명 과정에서 사상 최초로 모든 노동계급을 포괄하는 민주적 조직인 노동자평의회, 러시아어로 ‘소비에트’가 탄생했다.

잠재력

러시아혁명 이후 혁명이 발생할 때마다 소비에트와 비슷한 조직들이 등장했다. 이런 기구들은 대다수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 1905년 혁명 당시 사회주의 정당인 볼셰비키와 멘셰비키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 몇 달 동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사상들이 변하고 노동자들은 사회를 통치할 수 있는 능력에 눈을 떴다. 그러나 파업만으로는 국가를 무너뜨릴 수 없었고 저항은 순식간에 사그러들었다.

1905년이 지나자, 잠시 누렸던 해방감은 사라지고 국가 탄압이 시작됐다. 그러나 해방의 느낌은 잊혀지지 않았다.

12년 뒤인 1917년에는 1905년 혁명을 낳은 동일한 요인들 — 전쟁, 대중파업, 농민 반란, 소수민족 반란 등 — 이 더 강력히 결합돼 차르 체제를 무너뜨렸다.

이 사건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제1차세계대전 발발 직전에 러시아에서는 대규모 파업 물결이 일어났다. 전쟁이 일어나자 노동자들의 전투성은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식료품 가격이 앙등하고 전선에서 대참사가 발생하자 더 많은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다.

1917년 2월 배급제도가 도입되자 분노가 폭발했다.

공장의 여성 노동자를 포함해 여성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병사들은 폭도에게 발포하라는 장교들의 명령을 거부했고, 오히려 노동자들과 함께 “빵을 달라”, “차르를 타도하자”, “전쟁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차르의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수십만 명이 파업에 들어갔고 거대한 시위대는 친정부 부대와 충돌했다. 불과 이틀 만에 노동자들은 무장했고 많은 부대들이 노동자 편에 서기 시작했다.

차르는 전복되고 임시정부가 들어섰다. 이 정부에는 주로 러시아 자본주의가 더 효율적으로 되기를 바라는 산업자본가들이 참여했다.

농민과 병사 들의 지지를 받는 사회혁명당의 알렉산드르 케렌스키가 임시정부에 참여한 덕분에 이 정부는 좌파적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다.

2월 혁명으로 노동자들은 또한 자신의 힘을 깨달았다. 몇 주 뒤 러시아 전역에서 노동자들은 [1905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민주적으로 소비에트를 건설했다.

공장 노동자들은 회사 규칙과 고용 계약을 내팽개쳤고 공장 감독관을 내쫓았다. 새롭게 탄생한 정치 질서에 발맞춰 공장 질서도 변해야 한다고 봤던 것이다.

국가기구가 해체됐고, 노동자 민병대가 경찰을 대체했다.

소비에트는 임금과 노동조건 문제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소비에트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했고, 대중 의식도 크게 도약했다. 이 민주적 조직은 노동자들이 사회 전체를 운영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줬다.

소비에트와 임시정부가 나란히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 권력이 있고 그 둘은 불안정하게 공존하고 있음을 뜻했다.

처음에 소비에트를 지도하던 멘셰비키는 권력 장악을 두려워했고 임시정부를 지지했다.

소비에트와 임시정부가 타협했던 것은 부분적으로 멘셰비키 때문이었다. 이들은 러시아혁명이 고용주들이 통제하는 의회민주주의를 수립하는 것에서 멈춰야 한다고 믿었다.

불균등

그러나 이 타협은 노동계급의 불균등한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소비에트는 노동계급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노동계급 다수의 정서와 견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거리 투쟁에 능동적으로 참가한 것은 노동자들 소수였다. 그러나 수백만 명이 혁명에 참여했고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를 말하는 여러 집단들 사이의 차이를 반드시 잘 구분했던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왕정과 자본가들에 반대하는 사람을 선출했다. 많은 노동자가 민주주의 혁명을 주장한 멘셰비키에 기대를 걸었다.

볼셰비키당은 혁명의 유기적 일부였다. 많은 작업장에서 수천 명을 이끌고 거리로 나선 가장 뛰어난 투사들은 대개 볼셰비키당원이거나 지지자였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임시정부에 대한 환멸이 늘어났다. 임시정부는 전쟁을 끝내지도 않았고, 농민들의 토지 점거도 금지했다.

게다가, 멘셰비키가 임시정부를 떠받치고자 정부에 입각하자 노동자들은 멘셰비키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소비에트를 지지하기 시작하자, 소비에트 내에서도 멘셰비키를 대신해 볼셰비키의 지지가 늘었다.

볼셰비키가 임시정부를 전복하고 권력을 소비에트로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일한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혁명은 계속 발전했다. 1917년 7월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힌 대중은 소비에트의 멘셰비키 지도자들에게 권력 장악을 요구하는 무장 시위를 벌였다.

당시 임시정부를 몰아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었지만, 볼셰비키는 [당장 권력을 잡기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셰비키 지도자 레닌은 아직 다수의 노동계급이 반혁명에 맞서 권력을 장악할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을 포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봉기를 일으키면 처참하게 패배할 수 있었다.

악랄함

볼셰비키는 악랄한 탄압을 받았다. [볼세비키] 당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지배계급은 근심이 가득했다. 우익 장군인 코르닐로프는 8월 소비에트와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수에 그친 쿠데타를 감행했다.

볼셰비키는 당시 총리였던 케렌스키를 방어하려고 대중을 조직했다.

대중은 혁명을 방어하고자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 철도 노동자들은 철로를 해체해 쿠데타 군의 이동을 저지했다. 전신 노동자들은 코르닐로프의 명령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임시정부에 대한 지지는 하락했다.

8월 말이 되자 볼셰비키는 예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불리던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지도부가 됐다.

자신에 대한 지지가 늘자 볼셰비키는 소비에트의 권력 장악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월 임시정부 청사인 동궁은 별다른 무력 사용 없이 접수됐다. 대다수 노동계급이 소비에트의 볼셰비키 지도부를 완전히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노동자는 “신중하고 힘들게 의식이 발전하는 과정”을 거쳐 볼셰비키를 지지하게 됐다.

10월이 되자 노동자들은 [권력 장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시도해 본 상태였다. 특히, 노동자들은 쿠데타 시도를 보면서 판돈이 엄청나게 큼을 깨달았다. 노동자들은 혁명이 전진하지 않으면 처참하게 분쇄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1905년 혁명에서 배운 교훈이기도 했다.

1917년 10월에 볼셰비키는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만약 볼셰비키가 노동계급의 가장 선진적인 부위의 [의식] 수준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면 사회주의 혁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당은 계급을 대체할 수 없다.

러시아혁명을 일으킨 것은 볼셰비키가 아니었다. 볼셰비키는 노동계급이 파편성과 불균등성을 극복하고 자신의 일상 투쟁과 자본주의를 종식시킬 가능성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깨닫도록 도와줬다.

볼셰비키의 슬로건인 “빵, 평화, 토지”와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는 가장 전투적인 노동자들의 요구를 표현한 것이었고 나중에 더 많은 사람이 이 구호들을 지지하게 됐다.

1920년대 스탈린의 반혁명은 러시아혁명이 이룩한 모든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은 여전히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1917년 혁명은 오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 아래 살면서 모든 노동자가 동시에 같은 견해를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행동이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적 도전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 계급이 불균등성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칼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혁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지배계급을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배계급을 전복시키려는 계급도 혁명을 통해서만 이전 시대의 오물을 제거하고 사회를 새롭게 건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