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내리고 임금은 대폭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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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있다.
물가와 전셋값 인상으로 대중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자 〈조선일보〉조차 “6백40여만 세입자 가구의 아우성은 거칠어질 것이다. ‘가진 자’를 향해 뭔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노가 내년 총선·대선에서 어떤 정치적 대폭발을 유발할지 주목된다” 하고 걱정할 지경이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천 원 가까이로 올라 노동자들의 부담은 폭증했다. 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릴 만큼 올라 콩나물, 두부 등으로 대신하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도, 지난해 한 가정의 한 달 식비가 60만 원을 넘어설 정도로 식품값 부담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밀가루·설탕 가격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전셋값이 수천만 원씩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해 집 없는 노동자들은 추가로 수천만 원씩 빚을 지거나, 수십만 원씩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 2년 사이 서울의 2억 원 미만 전세 아파트는 16만여 가구 줄어들었지만, 2억~3억 원대 전세 아파트는 10만 가구 이상 늘어났다. 경제 위기를 빌미로 수년간 임금이 동결돼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도 크게 늘었다.
전세 난민
1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으로 신음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자취방·하숙집의 전월세 폭등과 물가 인상이라는 고통이 추가됐다.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려고 옥탑이나 지하에 방을 구하거나 사람 하나 누으면 꽉 차는 쪽방을 월세 30만~40만 원씩 내며 구해야 한다.
학교 주변 음식점과 대학 구내식당이 밥값을 올려 김밥 체인점이나 편의점에서 한 끼를 대충 떼우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들먹이며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물가 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 인상은 재벌·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이명박 정부 ‘노력’의 결과다.
전셋값 폭등은 집값 하락으로 투기꾼과 건설기업주들이 손해를 볼까 봐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2010년 4사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이 10조 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는 집값이 치솟던 2006년 4사분기 이후 최대치다. 여기에 집 없는 노동자들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으로 뛰는 전셋값을 감당하면서 가계대출은 대폭 증가했다.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던 ‘MB물가’가 지난 3년간 20퍼센트나 폭등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도 갑절로 오른 것에서 보듯 이명박 정부에게 물가 안정은 우선순위에 없다.
석유·밀·설탕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대폭 끌어올리는 것도 이명박 정부가 수출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
이명박 정부는 기름값과 통신비를 낮춘다며 대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척했지만 제대로 시작도 안 하고 유야무야됐다.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은 추진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더 많이 부담하는 유류세는 결코 낮추지 않으려 한다.
게다가 공공요금 인상을 주도하며 물가 인상을 부추기고 있는데, 하반기에 전기·가스·버스·지하철·수도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보수 언론들의 종편 진출을 위해 KBS 시청료 인상도 밀어붙이고 있다.
따라서 물가 인상에 맞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임금 25퍼센트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조직하기로 한 것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물가 인상은 삶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승리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해야만 훨씬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려면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대중의 삶을 지키길 원하는 모든 사람은 민주노총의 임금 인상 투쟁을 전폭 지지해야 한다.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낳는가?
민주노총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경영자총연합회와 같은 기업주들의 단체는 임금 인상이 물가를 더욱 끌어올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겨레〉도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낳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됐는데도 최근에 물가가 폭등하는 것에서 보듯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낳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 매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0퍼센트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임금 인상분 전체를 상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임금 10퍼센트 인상은 물가 1퍼센트를 끌어올릴 뿐인 셈이다. 게다가 기업들 간의 경쟁은 가격 인상을 기업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을 낳는다는 지배자들의 거짓 선전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마트 물가’가 10퍼센트 정도 오를 정도로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생활수준을 지키려면 임금을 올리는 게 필수적이다.
금리 인상을 요구해야 하나?
최근 물가가 폭등하자 〈경향신문〉, 〈한겨레〉 등과 진보진영의 일부도 그 대안으로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고 집값을 떠받치느라 추진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이 물가·전세값 상승을 낳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고 전세를 구하려고 늘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늘려 노동자·서민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게다가 이런 주장은 정부 개입이 아니라 시장의 작동으로 물가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그릇된 전제를 깔고 있다.
실제로 〈한겨레〉 등은 물가 대책으로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 언론들조차 물가 인상이 지나쳐 기업들의 이윤을 줄일까 봐 걱정하며 고금리·저환율로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을 보더라도 고금리·저환율 정책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진보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진보진영은 오히려 정부가 대기업 이윤을 확실히 통제하라고 요구하고, 간접세 삭감과 부자 증세로 재정 지출을 확대해 공공요금을 낮추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