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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 계급, 혁명 ─ 오늘날의 마르크스주의 09》:
이슬람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신간 서평 ― 책으로 보는 중동의 반란과 혁명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 ─ 오늘날의 마르크스주의 09》, 크리스 하먼, 책갈피, 128쪽, 4천9백 원

이집트에서 친미 독재자 무바라크가 몰락하고 무슬림형제단이 유력한 대안 세력 중 하나로 부상하자 서방 제국주의 지배자들은 1978~79년 이란 혁명의 악몽을 떠올리며 곤혹스러워한다.

당시 이슬람주의의 성장을 보며 충격을 받은 것은 단지 우파와 자유주의 지식인들만이 아니었다. 좌파도 혼란에 빠져 흔히 양극단의 잘못을 저질렀다.

한 극단은 이슬람주의를 반동의 화신, 파시즘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 완전히 적대하는 태도였다.

그 결과 대중의 반제국주의 정서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이슬람주의에 대항해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와 동맹해야 한다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반대편 극단은 이슬람주의를 모종의 진보주의로 여겨 거의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태도였다.

이런 혼란 때문에 중동의 대부분 지역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은 그럭저럭 좌파를 제압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크리스 하먼의 《이슬람주의, 계급, 혁명》은 이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모두 비판하며 대안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특히 이슬람주의가 정확히 무엇이고 그 핵심 계급 기반은 무엇인지, 강점과 약점(모순)은 무엇인지를 탁월하게 분석하며, 사회주의자들이 적용할 수 있는 행동 규칙(“가끔 이슬람주의자들과 함께할 수는 있지만 국가와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을 제시한다.

이슬람주의를 대하는 태도 문제는 오늘날에도 중동과 전 세계의 좌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프랑스 국가가 소녀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자 일부 좌파들은 그 조처를 지지했는데, 이것은 반전 운동의 분열로 이어졌다. 반대로 지난해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국내외 일부 좌파들은 이란 정부가 ‘반제국주의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히려 시위대를 비난했다.

크리스 하먼의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은 이러한 혼란을 겪지 않게 도와 줄 것이다.

크리스 하먼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영국의 좌파 이론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였고, 그 전 20여 년 동안 좌파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로 일했다. 2009년 카이로에서 이집트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최한 포럼에 연사로 참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대학생 단체들의 2009년 대학생 추천도서 50선에 꼽힌 《민중의 세계사》(책갈피)를 비롯해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책갈피, 공저),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갈무리),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책갈피), 《패배한 혁명 : 1918~1923년 독일》(풀무질) 『21세기의 혁명》 등 1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