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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돌파구를 열려면 자기 제한적 전술을 벗어나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전면 파업을 벌인 지 70일이 넘었지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공장 한쪽에선 파업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부는 생산에 직접 타격을 주는 점거파업 전술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지도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활동가들이 있지만, 이들도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2월 전면 파업으로 정리해고를 중단시킨 뒤 조합원들의 사기는 높았다.

그런데 노조 지도부는 이런 자신감을 스스로 허물었다.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이 수백 명 해고됐지만 이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설계 부문 외주화, 울산공장 전환배치 등 지속적인 공격에도 변변한 반격을 하지 않았다.

한 조합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조합이 나서서 방어하고 관리자들을 압박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지도부는 수수방관했습니다.”

올해 1월 대량 해고에 맞서 전면 파업을 시작할 때도 기회는 있었다. 점거 투쟁으로 조업을 중단시켰다면, 이윤에 타격을 줘 파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는 ‘점거파업은 경찰 투입의 빌미가 되고 고립될 수 있다’며 정면 대결을 회피했다.

수수방관

노조 지도부는 이데올로기 전선에서도 수세적으로 대처했다. ‘공장 폐쇄를 막아 부산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다보니 ‘경쟁력을 높이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측의 논리에 일관되게 맞설 수 없었다.

현장 조직과 활동가 들도 이런 노조 지도부를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기를 주저했다.

적잖은 활동가들은 ‘내부 분열은 안 된다’며 자신의 무기력을 정당화했다.

일부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노조 지도권을 쥐고 있을 때도 제대로 싸움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다.

요컨대, 한진중공업 파업이 교착 상태에 이른 것은 노조 지도부의 자기 제한적 투쟁 조직과 좌파 활동가들의 정치적 취약성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민중의 소리〉가 생산에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이 “특이한 파업”을 무비판적으로 치켜세운 것은 적절치 않다. 일부 좌파들은 이런 쓰디쓴 진실을 말하기보다 그저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식으로 한진중공업 투쟁을 다루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필리핀 수빅조선소(한진중공업 소속) 노동자들과 연대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도 타당치 않다. 당장 실현 가능하지 않은 추상적 연대 논리를 내세워, 한진중공업 투쟁의 당면한 핵심 과제를 흐리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들은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부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

좌파 활동가들은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주장과 비판을 아끼지 말고 점거파업 같은 효과적인 투쟁 전술을 제시하며 조합원들을 결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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