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추방에 직면한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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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추방에 직면한 이주노동자
영등포구 문래동 출입국관리소에서 만난 이주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내 친구들은 아직 못 돌아왔는데 나가면 진짜 다시 돌아 올 수 있어?” 하고 묻는다.
출입국관리소측은 체류 기간 3년 미만자들과 3년 이상 4년 미만자들의 출입구를 정문에서부터 분리해 이주 노동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단 1∼2년이라도 합법적 신분으로 일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3년 미만 출입구 쪽은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그러나 이들 또한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 7월 31일 국회에서 고용허가제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산업연수제도 그대로 유지됐다.
2004년 8월부터 시행될 고용허가제는 최장 5년 체류를 보장하기 때문에 체류 기간이 4년 이상인 20여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강제 추방에 직면해 있다.
9월 1일부터 노동부와 법무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와 출입국관리소에서는 합법화 등록을 받고 있다. 10월 20일 현재 등록률이 37퍼센트다.
등록률이 저조하자 정부는 고용확인서 없이도 등록할 수 있게끔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등록률은 여전히 낮다.
정부는 큰 선심이라도 쓰는 양 실업 상태의 이주 노동자들도 등록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11월 15일 전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 추방당한다.
고용허가제는 작업장 이동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번 등록으로 합법 신분을 얻는다 해도 작업장을 옮기면 불법 신분이 된다. 이주 노동자들은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권 침해, 임금 체불, 강제 노동 등 이주 노동자 착취의 대명사인 산업연수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은 결국 미등록 신분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런데도 체류 기간 3년 미만인 이주 노동자들은 단 몇 년만이라도 쫓기는 신세를 면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등록하고 있다. 그러나 체류한 지 3년 이상 4년 미만인 이주 노동자들은 재입국해야 외국인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재입국을 보장한다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노동자는 별로 없다. 인터뷰 대기실에서 만난 스리랑카인 랄리는 “스리랑카에 간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스리랑카 한국 대사관에서는 그냥 기다리라고만 한다. 언제 한국에 갈 수 있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내 친구들은 등록은 하지만 재입국은 하지 않는다”고 증언한다.
다음달 초 스리랑카로 돌아가야 하는 랄리는 “난 무섭다. 11월 15일부터 경찰이 우리를 잡으러 다닐텐데 도망다니기 힘들다”고 말한다.
10월 22일 노동부·법무부·행정자치부는 ‘외국인 노동자 합법화 절차와 관련한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노동부장관 권기홍은 이 담화문에서 “합법화 신청을 하지 않거나 자진 출국하지 않는 불법 체류 외국인은 관계법에 따라 처벌됨은 물론 본국으로 강제 출국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동시에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한 사장을 처벌하는 법률이 강화되면서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퇴직금은커녕 체불 임금도 떼이기 일쑤다. 노동부에서 공식 집계한 상반기 체불 임금만 해도 44억 9천5백만 원(1인당 1백67만 원)이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됐다는 한 재중 동포는 “여기 올 때 땅 팔고 집 팔아 왔다. 한국에 오래 있었다고 해서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월급도 못 받고 병원비도 많이 들고 … 친척들도 돈 벌러 일본으로 가거나 원양어선 타러 뿔뿔이 흩어졌다. 친척과 조상이 다 여기 있고 내 힘으로 일해서 돈 벌겠다는데 이렇게 잡혀가면 어떻게 사나” 하고 울분을 토했다.
이주 노동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재중 동포들은 중국 국적을 포기해서라도 이 곳에 남겠다고 한다. 정부의 이주 노동자 탄압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진행돼 왔다.
민변의 김진 변호사 말처럼 “강제 추방은 ‘합법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받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법무부의 배려가 없는 한 무국적자라고 무조건 강제 추방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40여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3D업종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11월 15일 강제 추방에 맞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을 방어해야 한다.
김덕엽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반대 집회
일시·장소 : 11월 2일 3시 종묘공원
주최 : 외국인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 연수제도 철폐 및 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문의 : 02-747-6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