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축출을 위한 미국과 영국의 개입을 놓고 이것이 인도주의적 개입과 제국주의적 개입이라는 논란이 있다.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이 염증을 느끼는 ‘인도주의적 개입’의 또 다른 버전을 한다고 한들 반미 정서가 강한 아랍권에서 그런 행태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여력이 없는 미국이 현실성 없는 개입을 하는 무리수를 둘지도 의문인데다 유엔이나 나토에서도 이런 발상을 환영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중동 혁명에 대한 제국주의의 대응이 지금까지와 달리 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움직임을 수반하려고 한다는 점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동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제국주의에 어떻게 반대하는 것이 옳은지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을 위시로 한 제국주의의 개입은 리비아 혁명을 긍정적으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미국의 개입 계획에 대한 입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급진좌파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던 부시나 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오바마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를 느낄 수 없겠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오바마의 리비아 개입을 보면서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고 여길 수 있다.
‘반미 정권’을 자임해 온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카다피와의 우정’ 같은 수사까지 동원하며 사실상 독재를 응원하고 심지어 중동, 리비아 혁명을 미국이 조종하고 있다는 식으로 중동 혁명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미국의 리비아 개입을 반대한다는 나의 결론은 차베스와 같다. 하지만, 나는 차베스가 개입에 반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결단코 반대한다.
제국주의나 다수 언론들은 민중에게 독재 권력에 대항할 힘이 없다고 묘사하면서 외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려 한다. 한국 진보진영 내에도 리비아 민중을 수동적인 존재로 봐서 그들의 반란이 조종됐다는 식의 잘못된 분석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중동 혁명이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서 극악하고 부패한 신자유주의 정부를 몰아낸 혁명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민중의 통쾌한 반란이라고 생각한다.
리비아의 어느 반정부 시위자의 말은 독재와 싸우면서도 제국주의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서방 국가들은 석유에만 관심이 있는 위선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