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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직권 조인을 비판한다

영남대의료원지부가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의 공개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거슬러 단체협약 개악안을 직권 조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남대의료원 사측은 ‘미래에 돈가스를 먹으려면 지금은 라면을 먹어야 한다’면서 병원 자본의 돈벌이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고통을 강요해 왔다. 특히 노동조합을 지속적으로 탄압했고,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며 협박의 강도를 높였다.

영남대의료원지부는 이런 사측에 맞서 투쟁을 지속해 왔다.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노조를 다시 세우고 해고자 복직, 노조 탈퇴 원천 무효화의 시동을 걸[자]”며 꿋꿋이 싸운 영남대의료원지부의 투쟁은 많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영남대의료원지부의 투쟁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특별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그러나 나순자 위원장은 이런 투쟁과 연대 결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지부가 그토록 반대했는데도, △2009년 임금 동결 △생리·보건 휴가 무급화 △정원 축소·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규제 완화 △비정규직의 임금·처우 후퇴 등을 담은 단협 개악안에 사인했다. 조합원들이 이 합의안에 반대해 투쟁을 지속하겠다는데도, 위원장 독단으로 직권 조인했다.

이것은 정말이지 유감스런 일이다.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했고, 싸우겠다는 조합원들의 투지를 고무하고 확대하기보다 일방적으로 억누르며 협상을 마무리해 버렸다. 민주노조 운동에 더는 있어서는 안 될,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더구나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꺾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싸우겠다는 조합원들을 뜯어말리는 지도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산별노조를 만든 것은 더 강력한 연대 투쟁으로 자본과 정권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려는 것이지, 지도부가 교섭·파업 권한을 이용해 함부로 투쟁을 통제하라는 게 아니었다.

위원장은 ‘단협 해지보다 개악이 낫다’며 직권 조인을 정당화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쟁을 지속해 노조 조직력을 복원하려는 영남대의료원지부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나순자 위원장은 ‘차악이 낫다’는 실용적 논리로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영남대의료원지부의 정당한 비판을 외면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