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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배상진 씨의 독자편지에 대한 답변:
서방세력과 카다피 정권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독자편지] 리비아 혁명에서 서방 개입이라는 난제”를 읽으시오.

배상진 씨가 쓴 독자편지 ‘리비아 혁명에서 서방 개입이라는 난제’에 대해 답변을 해 보려 한다. 사실, 이 문제를 놓고 〈레프트21〉이 여러 기사를 싣고 있으니 먼저 이 기사들을 참고하길 바라며 몇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하자마자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곧바로 전투기 출격과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제 리비아 주요 도시는 서방 전투기와 함대의 폭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미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있다. 전례를 볼 때 민간인 사망은 필연적이다. 1999년 세르비아 공격 때 나토(NATO)가 자랑한 ‘정밀폭격’은 방송국, 병원, 발전소 등을 부숴 버렸다.

카다피는 민중 혁명이 서방 제국주의 사주를 받은 것이고, 자신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거짓 선전을 정당화할 기회를 얻었다. 서방의 폭격으로 카다피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이것은 혁명세력의 명분과 발언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것이 민중 혁명에 도움이 될까.

배상진 씨는 서방의 개입을 반대하는 주장이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옳다’고 지적하면서도 카다피와 서방 군대에 동시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 주장’의 “맹점”이라고 주장한다. 역량이 분산돼 혁명에 불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리비아 혁명 세력이 초기보다 위축된 상황을 보고 하는 주장인 듯하다.

나는 배상진 씨가 먼저 자신의 원칙을 따라 “제국주의 군대가 카다피를 물리치는 것을 ‘자기해방’을 뜻하는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질문해 보길 바란다.

서방 군대가 카다피를 제거하는 것은 결코 혁명이 아니다. 그래서 서방 개입에 침묵하거나 용인하는 것이야말로 ‘일관된 혁명 전략’을 포기하는 것이다.

서방 지배자들은 리비아 해방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들이 사우디 군대의 바레인 민주화 시위 진압에 침묵하는 것을 보라.

리비아는 강대국들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군사 개입을 주도할 미국은 1986년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해 민간인 수백 명을 죽였다. 서방 강대국들은 20여 년 동안 경제 제재로 리비아에 가난을 강요했다.

서방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우리가 지금 보다시피, 단지 카디피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 민중의 머리 위에서 서방의 폭격이 벌어지는 것을 뜻한다.

혁명 역량에 관해 말하자면, 민중 혁명의 힘은 단순히 군사력의 크기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제가 아무리 잔인해도 그 옹호자들은 결국 피억압 민중 안에서 반혁명 군대를 모집하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혁명의 힘은 우리 편을 확고하게 단결시키고 구 체제에 묶여 있는 민중을 혁명의 편으로 끌어당겨, 저들을 약화시키고 우리 편을 강화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는 리비아의 진정한 혁명가들이 혁명의 사회적(계급적) 내용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더 많은 정치·사회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중동의 민중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대혁명에서도 러시아혁명에서도 구체제를 지지하는 제국주의의 군대는 혁명의 대의로 단결한 민중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이것은 혁명세력의 강령과 실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구체제가 아니라 혁명에 가담하는 것이 진정한 이익과 해방을 얻을 수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베트남과 2006년 레바논에서도 압도적인 무장력을 갖춘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대는 각각 베트남 인민 게릴라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리비아 혁명세력은 구체제에서 이탈한 인사들과 섞여 있어 혁명을 더 심화시키거나 서방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나 폭격이 시작된 지금 리비아 혁명가들이 서방 개입에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면, 독재자도 싫어하지만 식민 지배 경험 때문에 제국주의도 혐오하는 민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 당기거나 단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리비아에서 온갖 “난제”를 해결할 혁명 전략은 서방의 군사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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