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지도부는 정치적 주장을 제약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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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테스코 노조(이하 홈플러스 노조) 지도부가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노건투(혁명적노동자당건설 현장투쟁위원회) 현장 신문 〈진짜 노동자〉를 삭제했다.
노조 지도부는 이 신문이 “홈플러스 사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 주요 내용으로 삼는 것에 불쾌감이 [든다]”며 관련 내용을 싣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홈플러스 현장 신문’이라는 신문의 부제가 “노동조합에서 발행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노건투가 이를 거부하자, 중앙위원회가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노동조합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고 주장할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자유게시판을 만들지 않았다면 모를까, 자유게시판에서 지도부의 맘에 안 드는 글만 삭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합원이든 사회 단체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정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것은 노동조합운동의 전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정 주장이 노조 집행부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정견 주장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이견은 토론해야 할 문제이지, 금지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이 벌어진 데에는 노건투 소속 조합원과 집행부 사이의 갈등도 영향을 끼쳤던 듯하지만, 그것으로 지도부의 잘못된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홈플러스 노조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에 맞서 점거파업을 벌인 2007년에 연대 단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선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했다. 당시 헌신적으로 투쟁에 연대한 ‘다함께’도 신문과 주장을 통해 공개적으로 매장 점거 전술을 제기했고,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의 연대 건설을 촉구했다.
이런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투쟁은 더 전진할 수 있었고, 연대도 더 확대될 수 있었다.
노건투가 옳게 지적했듯이, “누군가의 주장을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 공개적이고 열려 있는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측은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의식이 한층 더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금 홈플러스 노조 내에서도 “지도부에게 비판적이거나 다른 입장이라고 삭제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해서 삭제하고 싶은 글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지도부의 결정에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지도부는 노건투 신문 기사 삭제 결정을 철회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