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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문제 보도했다고 학내언론 인쇄를 금지한 건국대학교 당국

“기자의 편집권 박탈”, “신문 인쇄 금지조처”... 이것들은 보도지침의 엄혹함과 ‘땡전뉴스’의 희화성이 기이하게 조화를 이루며 언론의 말할 권리를 옥죄던 1980년대에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이 일은 21세기를 살아가는 건대에서 3월 28일에 일어난 일이다.

건국대학교 학내언론《건대신문》의 주간교수 정동우는 이른바 ‘편집권’을 내세워 신문의 인쇄를 금지하고, 기자들의 편집권을 박탈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학생 기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정동우 교수는 《건대신문》의 1면 톱기사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그 내용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과 등록금 투쟁이 분출할 때 여기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설문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건국대의 등록금이 “낮은 편”이라고 인식하는 학생은 0퍼센트로 단 한 사람도 없고, 등록금 투쟁이 분출할 때 여기에 함께하겠다는 학생은 48퍼센트가 넘는다. 《건대신문》의 기자들이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직접적인 불만이 높고, 그것이 행동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드러내자 두려운 대학 당국은 무리수를 쓴 것이다.

학교 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것은 단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2010년 2학기, 김진규 건국대 총장이 김무석 전(前)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맛있는 빵을 먹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며 등록금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 때, 건국대에서는 이에 분노한 학생들의 대자보와 펼침막이 학내 곳곳에 설치됐다. 학교는 2학기 수시 일정이 잡히자 이와 관련된 모든 대자보와 배너를 떼거나 가렸고, 학생들이 여기에 대해 항의하자 오히려 “교내광고 인쇄물의 게시 및 배포” 시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물론 학생들의 강력한 항의로 학교는 철거한 펼침막을 자신들의 손으로 복구시키는 굴욕을 겪기는 했지만 이후 10월 2일 광진구에서 주관하는 외부행사가 학교 안에서 있자 또 한 번 펼침막과 대자보를 훼손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교내에 부착하는 모든 현수막은 학생처의 검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게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처럼 학교 당국에 의해 탄압 당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와 거기에 기초한 토론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주장이 자유롭게 공론화될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최근 ‘사회주의노동자연합’에 대한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 학술 동아리 ‘자본주의 연구회’에 대한 국가의 공안탄압 등 사회 전체적으로도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와중에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벌어진 이 사태는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권력의 폭압에 맞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지키고, 학생들의 민주적 권리를 고무해야 하는 대학이 오히려 정반대로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학내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억압적 분위기에 대한 저항과 학내에서의 광범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진실을 말할 권리와 보도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대신문》기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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