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다국적군대의 리비아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인과 토론하면서 프랑스는 위선적인 미국과 다르다는 문제제기를 들었다. 추악한 미국에 비해 프랑스는 더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이라크 전쟁에도 반대 입장을 계속 고수해 왔을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명확히 반대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미군의 패권적 군사행동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거는 입장을 계속 취해 왔다. 게다가 프랑스 국민들은 인간 해방을 위해 저항해 온 역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프랑스는 세계에서 깡패 노릇을 하는 미국과 질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프랑스 역시 미국 못지 않게 잔학한 제국주의 침략 역사가 있다. 프랑스군의 침략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계속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프랑스는 알제리와 베트남 등지에서 식민 전쟁을 치른 바 있다. 1956년에는 영국·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를 공격한 적도 있다. 프랑스는 핵탄두 282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국의 핵실험 기지 주위에서 반핵 시위를 하던 그린피스 선박을 폭파해 버리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냉전 이후 질서가 만들어낸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지 프랑스 정부의 본질이 그러한 것이 아니다. 탈냉전 이후 미국은 자국이 가진 군사력 우위를 과시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도전하는 것을 견제하려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패권 정책이 불편했던 한 나라였을 뿐이었다.
지금의 프랑스 정부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정부가 아니다. 프랑스 정부가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를 끝까지 지지하고 후원했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금 프랑스 군대가 리비아 공격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금 미군의 대부분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묶여 있는 틈을 노려 북아프리카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의 인도주의적 개입 역시 미국 못지 않은 명백한 위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