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반전 운동 참여, 왜 중요한가?
〈노동자 연대〉 구독
노동자들이 반전 운동에 나서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노조가 맞딱드린 현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러나 반전 운동의 승리는 노동자들한테 이롭다. 왜 그럴까? 노동자들의 삶을 억누르는 괴물과 반전 운동의 적이 일치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다. 전쟁광 도널드 럼스펠드는 노동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식품 회사 케록사의 큰 손이다. 세계의 가난한 농민들과 농업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메이저 곡물 회사 카길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돕는 일도 한다. 카길의 경영진은 이라크 곡물 담당 책임자다.
전쟁광들의 노력이 좌절될수록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력을 얻기가 힘들게 될 수 있다.
그 동안 미국 정부 자신이 그들의 군사력과 기업 권력을 동일시해 왔다. WTO 각료회담 실패는 전 세계의 군장성들, 기업 최고 경영자들, 국유 기업의 사기업화 주창자들의 패배이기도 했다. 반면, 이라크에서 부시가 다시 승기를 잡는다면 신자유주의 사령관들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제3세계를 더욱 턱으로 부리려 할 것이다.
칸쿤의 승리는 반전 운동이 발휘한 정치적 효과와도 관련 있다. 제3세계 정부들은 부시가 이라크에서 얼마나 허약한지 확인했기 때문에 밀어붙였다. 그들은 미국의 패권을 예전만큼 두려워하지 않았다.
반전 운동의 최종 승패는 전장과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느냐에 주로 달려 있다. 전장과 생산 현장에서의 저항과 직접 행동으로써 전쟁에 반대할 수 있다면 학살 전쟁은 지속될 수 없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독일전쟁 도화선’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군, 당신의 탱크는 강력합니다. 그것은 삼림을 파괴하고 1백 명의 사람들을 깔아뭉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운전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미군 사병들의 저항은 전쟁 종결의 결정적 구실이었다. 이라크 내에서도 대부분이 흑인이고 노동계급 배경인 미군 병사들 사이에서 반감과 의문이 자라나고 있다.
올해 초 유럽 주요 노조들의 시한부 동시 파업이나, 스코틀랜드에서 군수품 수송을 거부한 철도 기관사들의 직접 행동은 유럽의 지배자들한테 직접적 압력이 됐다. 1998년 나토의 발칸 전쟁 당시 그리스 무기 공장 노동자들의 반전 파업은 반전 운동 내에서 큰 역할을 했다
노동자 조직의 반전만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특별히 더 도덕적이어서도, 그들이 가난해서도 아니다. 노동자라는 사회 집단이 가지는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객관적인 힘에 의존하는 게 가장 확실하게 이기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노동자 조직이 반전 운동에서 실질적인 주도력과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활력과 사기
한편, 반전 투쟁은 노동자들의 투쟁력을 탄탄하게 했다. 몇 달 전 프랑스와 독일에서 연금개혁법안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던 노동자들은 반전 운동의 물결 한 가운데 있었던 노동자들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반전 운동 속에서 활력과 사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이것은 작업장 내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힘을 불어넣는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분노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분노와 소외로 연결될 수 있다.
일찍이 독일의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 투쟁의 모든 활발한 공격과 승리는 경제 투쟁에 강력한 자극을 준다. 이것은 정치 투쟁의 활발한 공격과 승리가 노동자들에게 처지 개선을 위한 싸움으로 시야를 넓혀 주고 또 싸우려는 충동을 강화시킴과 아울러 노동자들의 투쟁 정신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의 반전 운동은 이제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반전 운동도 서서히 물꼬를 틀 징조를 보이고 있다.
9월 27일 국제반전공동행동에 적지 않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집회장 근처의 역에서 반전 행사를 알리는 안내 방송을 했다. 많은 노조가 반전 토론회를 열고 반전 거리 홍보전에 참여했다.
앞서 말했듯이, 노동자 중심성이 반전 공동 투쟁의 전제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 반전 운동은 다양한 세력들을 단결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전쟁광들과 그들을 지원하려는 세력을 가장 확실하게 물러서게 하기 위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자본주의 체제를 마비시킬 능력이 있는 유일한 사회세력, 즉 노동계급이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