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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동운동의 등장

새로운 노동운동의 등장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미군 점령 당국은 이라크 경제 “재건”을 약속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라크의 실업률은 70퍼센트로 추산된다.

미군 당국이 내린 포고령은 노동자 평균 임금으로 월 60달러를 “비상 급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월 60달러는 후세인 정권 시절 액수 그대로다.

3개월 전에 미 군정 최고행정관 폴 브레머는 18달러, 즉 30퍼센트 임금 인상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게다가 후세인 정권 당시 이라크인들은 식량·주택 등에 대한 보조금을 받았다. 미 군정 치하에서는 이런 보조금이 사라졌으니,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감소한 셈이다.

그러나 이라크 노동자들에게는 더 끔찍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경제를 자유 시장 질서에 따라 재편하려 한다. 그것은 석유 산업을 비롯한 이라크 주요 산업의 사유화를 뜻한다.

이미 미군 당국은 외국인들에게 이라크 기업 소유 지분을 1백퍼센트까지 허용하고 법인세는 15퍼센트로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1987년 후세인은 국유 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권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군 당국은 이런 노동조합 관계 법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브레머는 노동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금지 활동” 목록을 열거한 법령을 포고했다. 이에 따르면, 공장이나 주요 기업에서 파업을 하는 등 “혼란을 조성”하는 행동은 일절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점령 당국에 체포돼 전쟁 포로로 취급받는다.

이런 경제적·정치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는 새로운 노동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지 며칠 만에 이라크의 공장·항만·유전 등지에서는 노동자들의 조직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라크의 새로운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은 두 그룹이다. 하나는 1980년대 후세인 정권의 탄압 때문에 지하로 숨어야 했던 독립노조 연맹인 노동자민주노조운동(Workers Democratic Trade Union Movement)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새로 출범한 이라크노조연맹(Iraqi Federation of Trade Union)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편, 노동자공산당(Worker Communist Party) 당원들을 비롯한 더 젊은 활동가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라크실업자노조(Union of the Unemployed in Iraq) 결성을 주도했다.

이라크실업자노조는 노조 결성과 파업을 금지하는 각종 포고령에 맞서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반면, 노동자민주노조운동 활동가들은 작업장 투쟁과 시위가 미군 점령에 저항하는 옛 정권 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두 그룹 모두 미국의 점령에 반대하고 있다.


얼마 전 바그다드 동쪽 30마일 떨어진 공업 단지의 벽돌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14시간 교대 근무에 일당 3천 디나르(약 1.5달러) 등 열악한 조건을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관리실로 몰려가 임금 인상, 근로계약의 공식화, 현장 의료 시설 설치, 퇴직금 보장 등을 요구했다.

노조 결성 사실을 알지 못한 사장은 배짱을 부렸다. 구직자들이 줄을 섰는데 무슨 소리냐며 파업 즉시 모두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각자 집으로 달려가 총을 들고 나왔다. 기관총과 칼라슈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한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계속했다. 겁에 질린 사장은 결국 5백 디나르 임금 인상과 복지 조항이나 의료 시설 관련 협상 개시에 동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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