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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밀실 협상을 중단하고 논의를 개방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진보대통합에 대해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 창당과 국회 진출 때처럼 큰 기대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이미 진보정당 분열 등의 과정에서 실망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의 정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진보정당이 단결하면서 선명한 좌파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투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대통합은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자주파나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주도 속에 민주당과 손잡으려고 진보정당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며 진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당 강령에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려는 것도 이것의 연장이다.

이처럼 우파적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만들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만들려는 것은 그야말로 ‘낡은’ 것이다. 유럽에서도 이런 우파적 사민당들이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굴복하고 자본가 정당과 연립정부 등 계급타협을 추구하다가 몰락한 바 있다. 근래 유럽에서 신나치가 득세하는 것도 이런 우파 사민당들의 배신이 낳은 환멸과 냉소가 배경이 됐다.

그런데 유럽보다도 모순과 갈등이 더 심각한 이 나라에서 이런 낡은 과거를 반복하려는 것은 정말 유감이다. 이것은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정성희 민주노동당 진보대통합 공동추진위원장이 말끝마다 강조하는 “감동”은커녕 환멸만 남길 것이다.

좌파 배제

우경화 프로젝트 추진 세력은 그것에 반대할 것이 명백한 급진좌파들을 진보대통합 논의에서 배제하려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메이데이 연설에서 진보대통합을 의도대로 빨리 완수하기 위해 “모난 것이 있으면 깎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재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다함께의 참가 신청을 계속 보류하고 있다. 연석회의를 주도하는 쪽에서 ‘반자본주의 단체는 안 된다’며 가로막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진보대통합을 뒷받침하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제안하는 노동자 모임’에서도 좌파적 노조 활동가들은 포함돼 있지 않다.

좌파를 배제한 채 밀실 논의를 통해 우경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반면 진보연대는 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거래를 중재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새로운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준)’이 출범했는데도 진보연대를 없애지 않는 것은 이런 구실을 맡기기 위해서인 듯하다.

이런 우려스러운 경향은 4·27 재보선을 전후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연석회의에서 진보신당과 사회당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며 조속한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 ‘패권주의를 반성한다’면서 바뀐 게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발과 불협화음만 커지고 있다. 당장 4월에 발표하기로 한 3차 합의문 조율에 실패했고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은 ‘새로운 노동자 정당 추진 위원회’(준)을 출범시키며 다른 길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유감스럽게도 잘못된 프로젝트를 추수해 왔던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의 김세균 교수도 위기감을 느껴 사회진보연대를 연석회의 참관 단체로 끌어들이며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바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따라서 급진좌파들은 진보대통합 프로젝트가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나가지 않도록 힘을 모아서 개입해야 한다. 진보대통합이 결국 진보정당을 우경화시키며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만들 것이라고 체념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개입해서 그것을 막아야 한다. ‘민중의 힘’ 출범 과정에서 급진좌파들이 공동 개입해서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과 계급연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반영했던 것처럼 말이다.

급진좌파의 개입으로 진보대통합이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며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고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우경화 프로젝트의 실체를 드러내는 성과라도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