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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학교 들여오는 교육 개방

귀족 학교 들여오는 교육 개방

최근 제주 국제자유도시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요건과 내국인 입학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교육계에 태풍이 불어닥칠 예정이다.

이것은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3월 말 교육 개방 양허안이 WTO에 제출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교육 개방의 저지를 위해 전교조에서는 20명의 교사가 칸쿤에 다녀온 바 있다. 칸쿤 현지 투쟁단 중 교사가 한국처럼 다수로 참가한 예는 드물었다. 왜냐하면 교육 개방이 대세라며 밀어붙였던 한국 정부의 말과 달리 교육 개방 양허안을 제출한 나라는 단지 4개국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교육 개방 반대 압력에 밀려 시장 개방 폭을 고등교육과 성인 평생교육기관 유치에 국한하겠다던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학교 설립을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에까지 확대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대학 본교 신설과 분교 설치, 결산잉여금의 해외송금 등의 허용, 우수 교육 기관에 세제 혜택, 외국 초·중·고·대학에 내국인 입학자격 완화, 내용교육과정 편성권을 임의로 외국인에게 위임, 계약직 외국인 교원 임용(교사자격증 불필요),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해도 학교 설립 신청 ….

교육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 만든 법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엉망이다. 이것이 낳을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현재 한국에 있는 몇몇 외국인 학교의 연간 학비는 평균 1천5백∼2천만 원 정도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치될 외국학교는 돈벌이를 주요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귀족학교’다. 따라서 교육의 빈부격차는 더 커져서 서민들의 박탈감은 증가할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001년 10월 15일치에서 홍콩의 한 학교가 갑자기 폐교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한 일을 기사화한 적이 있다. 홍콩도 지금 한국 정부가 내놓은 안처럼 학교 설립에 규제가 없어 학교는 돈이 안 되면 바로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이었다.

교사의 자격요건도 완화돼 외국어를 할 수 있다면 교사 자격을 따지지 않고 비정규직을 확대한다는 희한한 안도 들어있다. 이것은 교육 노동시장 유연화의 신호탄이다. 비정규직 교사가 늘어나고 신분에 대한 교사의 불안감이 커진다면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노무현의 교육 개방안은 폐기돼 마땅하다. 또한 그에 묻어 슬그머니 등장하는 고교 평준화 해제 논의도 싹을 없애야 할 것이다. 오히려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고 모두에게 질 높은 교육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대학까지 평준화해야 한다. 파병 등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돈을 인간의 권리를 지키려는 가장 기본적인 노력인 교육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교육 개방이 “대세”라고 말하며 밀어붙이려 한다. 그러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 교육 개방을 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나라는 10개국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시애틀과 칸쿤에서 그들의 의지를 꺾은 경험이 있다.

이윤의 세계화를 위해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자들은 교육뿐 아니라 농업, 의료, 물, 환경 등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야금야금 먹어치우며 노동자, 농민 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에 발맞춰 한 번의 거부 의사도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누가 더 무서운지 보여 줘야 할 때다.

박민경(전교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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