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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그늘이 드리운 방송 제작과정, 그 불편한 진실

요즘 방송가에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가 뜨거운 이슈다. 〈트루맛쇼〉는 지상파와 케이블에 허다하게 방송되고 있는 맛집 프로그램들의 실상을 파헤치고 방송국과 음식점의 관계를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다.

놀랍게도 이 다큐멘터리는 16년 동안 방송 제작에 종사해 온 PD가 제작했다.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은 방송국의 줄 소송을 각오하고 있고, 방송사의 오만함을 폭로하는 것이 제작 의도라고 밝혔다.

영화가 공개되자 방송사들은 하나같이 ‘다른 방송국은 몰라도 우리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발표를 내놓기 급급하다.

방송사들은 외주 제작사들에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니 방송 기획을 자제하고 협찬금을 받지 말라는 통보를 해 올 것이다. 물론 협찬금은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조장하는 방송 제작의 이면도 봐야 한다.

방송국은 프로그램 대부분을 외주로 제작한다. 외주제작사는 적은 제작비로 PD, 작가 등의 급여와 숙박, 출장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협찬금을 받게 된다. 방송국들은 이 협찬금의 절반을 요구하기도 한다. 방송국이 협찬이 쉬운 프로그램을 먼저 기획하고 개설하는 일도 벌어진다.

물론 〈트루맛쇼〉는 맛집에 한정돼 있지만 이런 상황은 케이블이나 지상파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의학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건강과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히 방송에 임해야 하지만 병원 홍보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은 의사들의 탁월한 진료 솜씨, 첨단 시설들을 홍보하기 위해 협찬금을 내고 있다.

기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 신문기자들 중에는 월급을 받지 않고 병원 소개 글을 신문에 실어 줄 때마다 돈을 받는 기자들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과 기업은 관습처럼 돈을 주고받고 있다. 시민의 편에 서야 할 언론이 돈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그저 현장이 좋아 발로 뛰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던 기자와 PD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루맛쇼〉가 파헤친 진실이 또다시 영세한 제작사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갈까 두렵다.

지금의 방송제작 환경은 대기업과 하청기업의 관계와 유사하다. 적은 제작비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현장의 일꾼들에게 더 열악한 환경이 조성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개인적 사정 때문에 익명으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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