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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자본주의 비판을 다룬 내 수업이 문제인가

나는 2011학년도 1학기 3~4월 두 달 동안 고등학교 3학년 심화영어독해 정규수업시간에 ‘Criticism of Capitalism(자본주의 비판)’을 자료로 수업을 했다. 이 자료는 위키피디아에서 긁어 온 것이라 인터넷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학부모가 학생들에게 사상교육을 한다고 교육청에 신고를 해, 더는 그 수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을 교육의 주제로 삼지 못하는 교육 현실, 참담하다. 교육의 목적은 기능적 인간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다. 인간 개개인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살 수 있는 소양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은 절대 자본주의, 즉 경쟁과 승자독식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한 가운데에 있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올 들어 카이스트 학생 네 명이 자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계는 생각할 틈이 없고 행복할 틈이 없다. 소질과 적성이 학업과 맞는 학생은 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학업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능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얻어도,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 나는 학생들의 행복을 원할 뿐이다.

학교가 학원화가 돼 가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 사회의 실체를 알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경쟁에서 이기기만을 강요받는 학생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자본주의 비판’을 교재로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자본주의는 ‘돈’이 중심이 된 사회다. 돈이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불행하다고 여긴다. 물론 돈은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은 있어야 하기에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 즉 부를 많이 쌓기 위해, 나만 편하게 살기 위해, 좋은 학벌이 필요해서 학생들이 입시에 매달리는 것에는 반대한다.

현재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노동자 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보다 ‘돈’을 우선하기에 발생한다. 인간이 소외받는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 학생들이 이러한 사회를 당연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맹목적 경쟁 반대

두 달 동안 영어교사로서 매우 행복했다. 영어시험 잘 치르는 방법만을 가르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학생들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월 수업 첫 시간에 진도를 나가지 않고 학생인권 등을 언급하며 우리 아이들이 처한 교육현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학부모의 항의가 있었고 관리자부터 문책을 받았다.

내 생각에 ‘학생인권 조례제정 청구인 명부’에 서명하지 않은 교사는 교육자의 자격이 없다. 학생도 엄연한 하나의 인격체다. 학생은 통제와 단속의 대상이 아니다. 학생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고, 정말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졸업 후 대다수가 노동자가 된다. 경쟁과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함께 끊임없는 자기 성찰, 자기 실천과 연대를 강화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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