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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안기호 위원장 인터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안기호 위원장 인터뷰

"정규직과의 연대가 관건입니다"

Q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원래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을 목표로 했습니다. 아산도 연말에 하기로 했었구요. 그런데 아산 공장에서 일어난 식칼 테러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아산 공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일상으로 교육시켰죠. 활동가들 신원 파악은 기본이고, 소위 인성 교육 같은 것도 시켰어요. 그런데 식칼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임단협과 맞물려 불가피하게 당장 노조를 만들어야만 했어요. 5월에 비투위가 만들어졌고 7월에 설립 신고를 하게 됐죠.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노동자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분노는 많았지만 말입니다. 그 분노를 모아낼 조직적 구심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식칼 테러 사건 때문에 어느 때보다 분노가 높았고, 하청의 현실에 관해 심각하게 느끼게 됐어요.

울산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탄압은 계속됐어요. 1대 1 개인 면담을 통해 노조 탈퇴 원서를 받았고, 이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끔 분위기를 몰아갔습니다.

4공장에서는 회사측이 만든 사찰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관리직을 대거 동원해 “인간 방어막”을 만들어 비정규직 활동가가 나타나면 감시하는 체제를 만들었던 거죠.

Q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임금·고용 상황은 어떤가요?

A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임금, 후생복지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하루살이, 소모품이라고 자조하죠.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소외감, 박탈감도 엄청나고, 비인간적 대우가 낳는 모멸감과 모욕감도 이루 말할 수 없죠.

비정규직한테는 통근버스도 배치되지 않고 작업복 색깔도 달라요. 이런 것들 때문에 더 상처받고 죄인 아닌 죄인처럼 살아가죠. 비참한 삶이라는 표현밖에는 안 나옵니다.

시급은 4백 원에서 5백 원 정도이니 최저시급(2천5백10원)에도 형편없이 못 미치죠. 수당도 거의 없고, 교통비를 받는 정도입니다. 여전히 총액 자료는 없지만 정규직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조 휴가, 경조금 같은 거 없습니다. 정규직한테 주는 우루사 약도 비정규직한테는 주지 않습니다.

Q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귀족이라는 노무현의 주장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각은 어떤 것입니까?

A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각이 천차만별이지만, 저는 한마디로 분열 지배라고 생각합니다. 정규직이 너무 많이 받으면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는 식의 얘기는 분명 분열 지배입니다. 연봉이 1억이면 어떻습니까. 노동자들이 많이 받아야 합니다. 그만큼 못 받는 게 문제라면 문제죠. 그리고 연봉이 6천에서 8천이라는 얘기는 좀 지나친 과장이기도 하구요.

노무현 정부 역시 자본가 정권의 본질과 한계를 갖고 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고 해 놓고 하나도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결코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부패 정국을 보면서 노무현 정권의 본질과 한계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Q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바람과 원칙 둘 모두를 요구에 담는다면 그 내용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A 정규직화는 양날의 칼일 수도 있습니다. 정규직화가 만약 회사의 입맛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노동자들의 온전한 요구가 되기 힘들 수 있죠. 물론 정규직화는 분명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는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정규직화하더라도 그 조건이 분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년 이상이면 무조건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조건이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요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비정규직 자체를 철폐하라는 요구도 필요한 것입니다.

Q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전체의 몇 퍼센트입니까?

A 규모는 1만 2천 명 정도 됩니다. 외주까지 치면 더 많을 겁니다. 전체 현대차 노동자들의 16.9퍼센트 정도가 비정규직입니다.

Q 1998년에 정규직 1만 명이 해고된 뒤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메웠다고 알고 있습니다.[1998년 이전에도 하청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하기 위한 관건은 무엇입니까?

A 두말 할 것도 없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입니다. 미국의 UPS의 경우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직과 연대가 관건이었습니다. 반면 정규직이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했던 대우 캐리어는 최악의 사례였습니다.

3공장의 경우, 대의원 전체 회의는 아니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이 라인을 끊는 연대를 보내 주었습니다.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이 일손을 놓자 같이 라인을 끊는 일도 있었습니다.

4공장의 경우 작업복 색깔이 같아졌어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은 연대가 낳은 결과입니다.

5공장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덕분에 저에 대한 징계가 정직 3개월로 낮춰지기도 했습니다. 금속 본부 수석부위원장이 원청 사장을 만나서 해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연대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좀더 조직적이고 힘있는 결정들이 필요합니다.

정규직과 통합노조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합노조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규약에도, 가능하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통합하기로 돼 있습니다. 문제는 정규직 노조가 우리를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산별노조보다 더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직가입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년 2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직가입을 통한 통합노조 건설이 논의될 것입니다. 저희들로서는 내년 2월에 현실화하는 것이 최고 목표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규약 개정을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중이나 미포 조선 같은 곳에서는 정규직을 거의 뽑지 않죠. 현중의 경우 1만 8천 명이 정규직이고, 2만여 명이 비정규직이죠. 미포 조선의 경우에는 3천 명이 정규직이고 5천 명이 비정규직이죠. 2년 사이에 하청이 더 늘어났어요. 영세업체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를 바 없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좀더 대중화돼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자녀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지금 노동자 운동은 산별노조나 정치 세력화 같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부가 이를 악물고 과거처럼 헌신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이고도 계급적인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어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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