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해 지난 30년은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별로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1989년 동구권 붕괴와 냉전 종식 후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승리하는 듯이 보이면서, 마르크스주의 사상은 학계와 대중적 논의에서 주변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2007년 말 금융위기가 폭발하면서 구도는 변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확산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사람들은 당면한 위기의 원인을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해결책도 알고 싶어 한다.
〈타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혁명의 예언자들이 사방에 나타났다. 자본주의 비판자들이 돌아왔다.”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을 보여 주는 증거로, 마르크스 저작, 특히 그의 걸작 《자본론》 독서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그러나 《자본론》을 완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가 《공산주의자 선언》을 짧고 탁월한 글로 여기고 아마도 마르크스 저작 편집본을 읽어보지만 보통 《자본론》을 읽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일단 엄청난 양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복합적인 마르크스 방법이나 개인적 스타일을 고려하면 더 읽기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하비는 오늘날 가장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런 명성을 누릴 자격이 있다. 급진적 교수들 중 복잡한 사상을 그만큼 명료하게 설명하고 당대의 문제를 그만큼 천착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자본론》 강연을 통해 갈수록 늘어나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려 했다. 이제 그 강연 내용이 책으로 출간됐다.
제목을 보면 추측할 수 있듯이, 하비는 독자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세계를 탐험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하비보다 이 일을 더 잘할 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비는 원래 급진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였다. 동시에 그는 40년 동안 《자본론》에 관한 많은 글을 쓰고 강연을 했다.
이 책은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론》 강연록을 기초로 삼고 쓰였다(영어 강연록과 동영상은 davidharvey.org에서 볼 수 있다).
하비의 책은 어떻게 마르크스의 책을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은 우리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이해하고 왜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특징인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비 특유의 차분한 스타일로 쓰인 이 책은 그의 다른 글들처럼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1백50년 전 기초를 닦은 방법을 사용해 오늘날 자본주의 위기의 모순을 파악하려는 독자들에게 대단히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