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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유성기업 파업을 통해 깨달은 국가의 본질

5월 27일 열린 유성기업 파업 집회는 내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참가한 집회다.

경찰들은 시위대가 공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충청남도 아산의 한적한 시골 마을은 한순간에 격렬한 계급투쟁의 현장이 돼 버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려고 공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대열 맨 앞에 있던 유성기업 조합원들이 공장으로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자마자 경찰이 행진을 잘랐다. 유성기업 소속이 아닌 사람들은 공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우리는 터널 안에서 경찰들과 대치했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용역깡패들에 막혀 노조사무실을 방문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노조원들의 노조사무실 방문은 합법적인 일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법이 정말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인가?

이 집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유성기업 조합원 아내의 연설이었다. 그는 지금껏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로 여겼지만, 조합원들을 차에 치어 죽이려고 했던 용역깡패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현실을 보며 경찰이 누구의 편인지 너무도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한다.

한 노동자의 연설도 인상적이었다. 최소한의 건강권을 위해서 야간노동을 거부하는데 이런 권리도 지켜주지 않는 국가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했다. 나는 노동자 의식이 투쟁을 통해 급진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수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의 지적능력을 비하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무시하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직접 작업현장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경험하며 투쟁에 나섰고 그들이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

크리스 하먼이 쓴 《세계를 뒤흔든 1968》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시카고에서 반전 시위대가 경찰 폭력을 경험하고 나서 모두 혁명가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는 대목이다. 유성기업 파업 노동자들도 집에 돌아갈 때는 국가와 경찰의 구실을 분명하게 이해할 것이다.

이윤을 우선하는 비인간적인 자본주의가 끝나지 않는 한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와 경찰의 폭력을 계속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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