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여성과 장애인을 속죄양 삼는 군 가산점제 도입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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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군복무 가산점 제도를 재도입하겠다고 한다. 나는 ‘군필 남성’이지만 군 가산점제 도입에 반대한다.
〈국방일보〉는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통해 건전한 병역의무 이행을 유도[할] … 필요가 있다”며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각료들 중 상당수가 병역 기피자인 이 정부가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운운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200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에 참여한 남성 중 40.5퍼센트가 군 가산점제보다 “징집 절차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이러한 현실의 반영이다.
물론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된 감옥과 같은 곳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전역군인들의 박탈감과 보상 요구 자체가 그릇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박탈감은 군 가산점제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군 가산점제 혜택의 대상은 정부기관·공사 시험 응시생에 한정돼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군 가산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역군인의 비율은 불과 0.0004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과 장애인들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회의 균등을 박탈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군 가산점제의 본질은 징병제에 대한 불만을 여성과 장애인을 속죄양 삼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한편,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군 가산점제 논쟁이 엉뚱하게도 남자 대 여자의 논쟁으로 환원되면서 “여자도 군대가라”는 식의 주장으로 번져나간 것이다.
그런데 일부 여성학자들도 “여성 징병제”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여성이 활발하게 정치나 경제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여성 징병제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군대라는 억압기구가 권위주의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고 체화시키는 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징병제는 여성차별 해소는 고사하고 권위주의적 지배체제의 강화만을 초래할 것이다.
알량한
또 지배자들이 군 가산점제라는 형식의 알량한 “보상”을 도입한 것이 징병제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측면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진정한 적대의 선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징집하는 계급과 징집 당하는 계급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전역 군인들의 박탈감이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군 가산점제나 여성 징병제 등 차별을 조장하는 방식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전역 군인들에 대한 실질적으로 물질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박탈감과 피해의 근원인 징병제를 폐지하라고 주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