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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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구속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동료 10여 명과 ‘검·경의 인종차별 수사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 베트남 이주노동자 무죄석방 촉구 대책위’(이하 대책위) 회원들까지 20여 명이 방청을 와 법정을 가득 메웠다.
판사는 재판에 앞서 “중요한 재판이라 매우 신중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외부에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재판에 이롭지 못하다’며 법원 앞 기자회견 개최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재판 그 자체만으로는 이 사건의 진정한 본질을 드러내지 못한다. 대책위의 기자회견 이후 경찰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파업 비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근래 ‘외국인 범죄 집중 단속’을 통해 8주 만에 2천2백92명을 검거해 1백17명을 구속했다고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범죄자’ 수를 국적별로 열거했는데, 특히 중국과 베트남 국적을 부각해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석방 운동을 벌이는 이 베트남 이주노동자 열 명이 바로 이 구속자 수에 포함돼 있다.
반대로 최근 남편이 휘두른 칼에 수십 번 난자당해 사망한 고 황티남 씨 사례에서 보듯이, 수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끔찍한 폭력은 그저 가정 내 문제로 치부된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작업장에서 당하는 폭언, 구타, 부당한 노동 조건 강요 등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수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못 본 척 차갑게 외면하면서 한국 내 이주민들을 툭하면 ‘범죄자’, ‘테러리스트’ 등 사회 불안 세력으로 취급하는 경찰과 정부의 위선이야말로 정말 문제다. 단언컨대, 경찰이 ‘외국인 범죄’를 요란하게 부각해 비난하는 것은 한국에서 인종차별적 편견을 부추기는 가장 대표적인 행태다.
이 대책위에 함께하고 있는 건설연맹은 이 노동자들이 일했던 인천 신항만 건설 현장의 발주처 인천항만공사, 원청 현대건설, 그리고 이들을 직접 고용한 태흥건설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사태를 따져 물었다. 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은 고소·고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 이후 세 끼 식사를 모두 무상으로 지급하고 임금 삭감도 철회했다고 했다. 현장의 ‘불법’, ‘탈법’을 바로 잡은 것은 경찰이나 노동부가 아니라 바로 이 베트남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이 건설자본을 부추겨 이 노동자들에게 보복하고 있는 것이다.
면담 자리에서 건설연맹은 사측에 “당신들이 고발하지 않았다면 법원에 이들을 석방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사측은 며칠 만에 건설연맹의 요구대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마도 사측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 뒤에 건설연맹이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에 깜짝 놀란 듯하다.
구속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한 동료는 지난주 기자회견 때 “감옥에 있는 내 친구들은 모두 베트남에 있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데 벌써 3개월이 넘게 갇혀 있다. 그리고 연락도 안 돼 가족들은 모두 너무 걱정하고 있다. 제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베트남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 정부의 역겨운 인종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길이다.
- 베트남 이주노동자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 운동에 동참합시다.(http://www.alltogether.or.kr 에서 서식을 다운받아 서명해 다함께 팩스(02-2271-2396)로 보내주십시오.)
- 10인을 위한 영치금 모금에 동참해 주십시오.(계좌 : 농협 317-0001-8644-11, 한국이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