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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칼럼:
‘반값 등록금’ 촛불이 이기려면

6월 10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는 2만 명 이상이 참가했고 집회 후 거리시위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조선일보〉가 잘 지적했듯이 “‘반값 등록금’은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여당의 새 지도부가 국면 전환용으로 꺼내든 이슈인데 불을 댕기자 순식간에 불길이 커졌다.”

6·10 반값등록금 집중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순식간에 불길이 커지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등록금 완화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자신의 말을 주워 담았고 수구 언론들의 반론도 거세다. 역시나 가장 앞세운 주장은 무상의료·무상보육 논쟁 때와 똑같이 세금폭탄론과 경쟁력 저하, 복지망국론 등이다.

〈조선일보〉는 6월 7일 사설에서 “학생들 주장대로 조건 없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여 주려면 국민이 매년 5조~6조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며 “대학생이 없는 가정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이만한 부담을 흔쾌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세금폭탄론이다.

우선 각 나라들의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정부 부담부터 알아보자. 대학교육에 대한 OECD 나라들의 평균 정부 재정부담율은 69.1퍼센트이고 EU 19개 국의 평균은 79.4퍼센트다. 한국은? 20.7퍼센트다. 다른 나라의 4분의 1 수준이다. 등록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OECD 평균인 70퍼센트 수준으로 정부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등록금은 반값 이하로 내릴 수 있다. 정부가 부자 감세해 주는 데 쓰는 돈의 4분의 1, 4대강 하는 데 쓰는 돈의 절반이면 해결된다. 또 부자들과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자본과 부자 들의 세금 부담을 “모든 국민의 부담”으로 바꿔 ‘세금폭탄론’을 주장하는 것은 무상의료·무상보육때 이미 똑같이 등장한 바 있다.

또 하나 이번에도 등장한 것은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주장이다. “독일은 16개 주 가운데 11개 주에서 대학 등록금이 공짜 … 프랑스는 등록금이 연간 약 26만 원에서 35만 원밖에 안 된다 … 지난해 세계대학평가에서 미국 대학은 50위 안에 20개나 됐지만 프랑스는 … 2곳만 이름을 올렸고 독일 대학은 한 군데도 없다 … 대학 등록금은 … 득표 수단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다간 나라가 결딴난다.”(〈조선일보〉 사설)

프랑스와 독일에 인재가 없어 망해가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재 경제가 결딴나고 교육이 망가진 것은 오히려 미국이다. 복지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보수언론의 단골 주장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다.

주목할 만한 것은 보수 언론과 정권이 새롭게 도입한 논리들이다. 그 하나는 사학 구조조정론이다. “입학 정원도 못 채우는 4년제 대학이 전국에 77개나 된다 … 재단전입금도 없이 …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껍데기 대학들 … 이런 ‘가짜 대학’에 … 모자라는 등록금까지 국민 세금으로 벌충”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상상력

물론 ‘가짜 대학’이 많다. 그러나 부실 사립대학의 질을 높이는 가장 간단한 ‘구조조정’ 방안은 부실 사립대학을 국공립대학으로 전환하든지 국공립대학 확충으로 교수와 학생을 흡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서는 ‘사학의 자율성’을 들어 가장 반대하는 것이 바로 ‘가짜 대학’ 운운하는 그들이다.

정작 가장 등록금이 높은 학교들은 이른바 구조조정 당할 리가 없는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교들이다. 현재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9조 2천억 원에 달한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에 의하면 예산을 뻥튀기해 등록금을 올려 받고 이를 남겨서 잉여금과 적립금으로 쌓는 전형적인 수법이 사용됐다. 이런 과정이 매년 심화되는 것이 등록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이유다. 2009년의 미사용 차기 이월금만 1조 원이 넘는다. 적립금 1위인 이화여대의 경우 1년 적립금 8백38억 원을 장학금으로 주면 학생들 중 60퍼센트가 공짜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조중동이 들고 나오는 새로운 논리 중 다른 하나는 대학 등록금에 돈을 많이 쓰면 다른 곳에 지원할 돈이 없다는 논리다. “요즘에도 가난한 엄마들이 … 신생아를 버립니다 … 그런데 반값 등록금요?” ‘빈민운동의 대모’라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 국회의원 강명순 씨의 〈조선일보〉 인터뷰다. 강명순 씨는 지난 5월에도 무상급식 하시면 “아침·저녁 굶는 애들이나 성폭행당하는 애들에게 쓸 예산”이 부족해진다고 걱정하시는 인터뷰를 〈중앙일보〉와 한 바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인색한 당은 강명순 씨가 비례대표 1번으로 들어간 한나라당이다.

이런 논리는 심지어 무상복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 일부도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일부 인사들은 ‘무상의료에 국고지원을 늘리면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한 곳에 돈을 많이 쓰면 다른 곳에 쓸 돈이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한다.

〈조선일보〉 주장대로 복지예산을 모두 합치면 1년에 1백조 원 가량 든다고 치자. 그러나 두 달 전 칼럼에서 썼듯이, 프랑스·스웨덴 등과 같은 나라들과 한국의 임금몫 차이는 약 15퍼센트 정도다. 그 나라들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에게서 더 받아야 할 돈이 대략 1백80조 원쯤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기업들과 부자들이 더 가져가는 돈의 반만 내놔도 지금 이야기되는 무상복지 시리즈는 다 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더해 4대강이나 불필요한 무기구입 등으로 낭비되는 돈을 줄이는 것은 당장 가능한 일이다. 예산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상상력이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이루려면 당연히 큰 힘을 가진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운동이 하나의 이슈를 위한 운동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반값 등록금 촛불이 이기려면 촛불이 커져야 한다. 등록금만을 위한 촛불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인 중요 이슈들, 무상의료나 무상보육 등의 여러 가지 복지 이슈들이나 4대강 문제, 한미 FTA 문제는 물론이고 야간노동 금지,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포괄하는 촛불로 커져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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