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민주당 국회의원 정동영, 홍영표가 유성기업 노조를 방문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용기있는 투쟁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민주당도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대화로 풀자”고 노동자들을 설득했다. “적대적인 관계로 해결할 수 없다.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는 회사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한 마디로 투쟁을 자제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정작 사태를 “적대적”으로 몰고 온 것은 누구인가? 용역깡패와 경찰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고 있는 유성기업 사장 유시영, 현대차 회장 정몽구, 이병박 정부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사측은 지금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하겠다”는데도 “생산 정상화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백기 투항을 종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화”로 문제를 풀라고? 노동자들더러 “회사를 이해”하라고?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해 사측과 ‘대화’에 나선 KEC를 보라. 사측은 일단 투쟁을 접은 노동자들에게 반성문은 물론이고 휴직·퇴직까지 강요하고 있다. 민주당은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이런 길을 가길 바라는가.
사실 KEC 노동자들이 뾰족한 대안 없이 오랜 장기 투쟁을 하다가 지치게 된 것에는 민주당의 책임이 컸다. 민주당은 지난해 연대의 초점을 형성한 KEC 점거파업을 해제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때도 민주당은 KEC 파업을 지지하는 척하더니 ‘대화로 해결’을 말하면서 파업을 중단시켰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정동영, 홍은표의 발언에 분통을 터뜨리며 “정동영의 방문은 그저 '보여 주기'식이고 의미없는 행보”라고 말한다.
김종석 대의원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정동영의 말에 박수는 쳤지만, 사측에서 노조를 깨려고 하는 마당에 대화로 약속을 받으라니 참 얼토당토 않다”고 했다.
그런데도 금속노조 지도부는 민주당에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지키던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민주당의 투쟁 자제 압박을 묵인·방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그토록 호소한 연대 투쟁은 조직하지도 않으면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끌고 온 것은 바로 금속노조 지도부였다.
금속노조 지도부가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힘만 빠지게 했을 뿐이다.
지금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양보와 투쟁 자제 압력이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 연대 투쟁이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민주당까지 끌어들여 사측과의 ‘대화’를 중재하는 중재자 구실을 하지 말고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