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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파업 일기(6월 22일):
눈물과 피를 흘리면서도 잘 싸웠다

이 글은 유성기업 아산 공장 생산1과 조합원이 쓴 파업 일기다. 〈레프트21〉이 이 동지의 일기를 연재한다.

오전에 깡패들이 던진 소화기에 눈이 찢어져 병원에 갔다 왔다. 아팠다. 무지 억울하고 아팠다. 그러나 동지들의 상처를 보면 더는 아파할 수가 없었다. 티조차 낼 수가 없었다.

눈물이 피와 얼룩져 흘렀다.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와 다시 정문 앞으로 갔다.

용역 폭행으로 부상당한 유성기업 노동자 "눈물과 피를 흘리면서도 잘 싸웠다" ⓒ사진 제공 〈미디어충청〉

소화기 분말과 물로 얼룩져 있는 조합원들은 물러나지 않고 깡패와 대치 중이었다. 또다시 피눈물이 흘렀다.

깡패의 파이프에 맞고 날아온 소화기와 돌에 맞아 쓰러진 건 우리 조합원인데, 경찰은 우리 보고 ‘무단 점거’라며 물러가란다. 합법적인 것은 우린데, 출근을 위해 정문 앞에 있는 우리 조합원을 폭행한 것은 용역깡패인데, 경찰은 우리 보고 ‘불법’이라며 물러가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금속노조 충남지역 동지들과 민주노총 산하 지역 동지들이 속속 집회 장소로 합류했다.

지역노조 동지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우리에게 3백40만 원의 투쟁기금을 전달해 줬다. 무려 1천1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동참했다고 한다. 동지애를 확인하며 기뻤지만, 기쁨보다는 가슴이 피맺힌 울분이 났다.

지역노조 위원장의 발언이 또 한 번의 나와 수많은 조합원들의 가슴을 울렸다. “조합원들이 하나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유성 조합원들의 연대가 있었고, 유성 동지들이 승리해서 다시 우리 투쟁에 연대해 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합시다!”

우린 다시 합법적으로 신고된 정문 앞으로 집회를 하러 갔다. 그러나 경찰이 막았다. 경찰은 우리더러 돌아서 집회 장소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우린 집회 장소로 가려고 차도로 나왔다. 그런데 길 끝에 다다르자 경찰이 또 막아섰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집회 장소로 가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자기들이 신고된 장소에서 집회를 하라 해놓고는 자기들이 길을 막는다.

그러는 동안 건설노조 조합원 2천여 명이 도착했다. 집회 대오는 약속이나 한 듯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감동이다. 하지만 경찰은 또다시 막았고, 하는 수 없이 우린 경찰과 부딪혀야 했다.

경찰이 조합원들을 향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고 있다. 경찰은 차량까지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물대포를 쐈다. ⓒ사진 제공 금속노조
이 날 문화제에 참석한 건설노조 조합원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눈이 따가워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금속노조

이 과정에서 조합원 10여 명 이상이 또 다쳤고, 어떤 조합원은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머리가 찢어졌다. 서울에서 집회를 하고 온 탓에 힘들만도 한데, 건설노조 동지들은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우리와 함께 싸웠다. 그 외 많은 조합원들이 경찰이 휘두른 몽둥이에 부러지고 타박상을 입었다. 방패가 막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그걸로 사람을 찍으니 깨지고 부러진다. 우리는 경찰이 쏘는 물대포와 최루액도 뒤집어 써야 했다.

몇 차례 밀고 당기며 싸웠지만, 우린 결국 집회 장소로 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 동지들은 정말 부끄럼 없이 잘 싸웠다. 함께해 준 건설노조 동지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다시 있을 싸움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전진하는 우리 유성 조합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