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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쉬움을 남긴 방송통신대 파업 종료

6월 15일 대학노조 방송통신대 지부 노동자들의 파업이 45일 만에 끝났다.

지금까지 방송통신대 기성회 소속 노동자들은 같은 대학의 공무원 노동자들과 똑같이 60세 정년을 보장해서 차별을 없앨 것을 요구해 왔다.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인데도 정년을 다르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방송통신대 강미경 지부장)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요구 중에는 타임오프제 시행에 따라 제약된 전임자와 조합원의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라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이미 국공립대 31개 대학에서 공무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기성회 소속 노동자들의 정년도 그에 맞춰 연장했다. 헌법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적시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직종 간, 직급 간 정년 차이를 둔 한국전력공사와 춘해보건대학에게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인사규정의 개정을 권고한 바가 있다.

심지어 방송통신대 당국조차 이미 2010년 이전에 ‘한 직장에서 구성원 간 차별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었다. 마땅히 방송통신대 당국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정년 연장에 맞춰 기성회 노동자들에게도 정년 연장을 평등하게 보장해야 했다.

그러나 방송통신대 당국은 기존의 태도를 180도 바꿔서 ‘학생수 감소 등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정년 차별을 시정하지 않았다. 대학노조 방송통신대 지부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도 대학 당국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파업을 앞두고 대학 당국이 제시한 최종 협상안은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대학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5월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파업과 더불어 총장 집 앞 1인시위와 대학본부가 있는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 농성도 진행했다. 45일간의 장기간 파업은 방송통신대 노조 설립 이후 처음이었지만 그다지 흔들림 없이 파업대오를 유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45일간 장기 파업치고는 파업 효과가 흡족하지는 않았다. 방송통신대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공무원인데, 방송통신대 공무원 노동조합(상급단체가 없는 노조다)이 대학노조 방송통신대 지부의 파업을 지지하지 않고 공무원 노동자들이 파업 노동자들의 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을 방조하는 구실을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통탄스럽게도 방송통신대 총학생회도 성명을 통해 “기성회비 사용으로 인해 학생들이 추가 부담하는 일과 학습권 침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촉구하는 바이다”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비난했다.

파업 효과가 미약했으므로 정치적 파급 효과도 제한됐다. 장기 파업치고는 파업 소식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연대도 미약했다. 이럴 때는 연대를 확대하고자 노력해서 사회적 지지 분위기를 만들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공무원 노동조합에게 업무 공백 메우기를 중단하도록 촉구하고 대체 업무를 물리적으로 저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2학기 개강 준비 때문에 업무량이 대폭 증가하는 7월까지 파업 대열을 유지하도록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와 사기를 유지·확대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학노조 위원장과 방송통신대 지부 집행부는 실질적으로 투쟁을 확대하거나 연대를 건설하는 데 소홀했다. 파업 후반부에는 “1주일 안에 해결하겠다. 총장과 독대를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대학노조 위원장)며 협상에만 매달렸다. 이런 식의 태도는 대학 당국에게든 조합원들에게든 노조 지도부가 조만간 파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암시로 들렸을 것이다.

의구심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대학 당국은 협상 자리에서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던 듯하다. 결국 노조 집행부와 학교 당국의 잠정 합의안은 현재 58세 정년을 단계적으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59세는 58세 기준 기본급의 10퍼센트를 감액하고 60세는 20퍼센트를 감액해서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물론 기성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공무원 임금인상률과 동일한 5.1퍼센트 인상률로 정한 것이나, 노조 측이 요구한 타임오프제 시행에 따른 전임자 인정을 합의한 것은 부분적 성과였지만,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 정년 차별을 폐지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잠정 합의안은 노동자들에게 성에 차지 않을 안이었다.

특히 합의안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 학교 측이 내놓은 협상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었기 때문에 파업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래서 잠정 합의안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일부 조합원들은 “7월 중순까지만 끌고 갔어도 우리가 요구했던 것을 모두 따낼 수 있었다”, “45일간 파업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냐”며 항의를 했다.

협상 결과를 보면, 노조 집행부는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우선에 두고 협상하면서 그 대가로 정년 차별 시정 문제에서 양보 교섭을 한 듯하다. 물론 전임자 임금 지급 중단 압력은 정부와 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이므로 반대해야 하지만 정년 연장 문제보다 노조 집행부 임금 문제를 더 중시하는 태도는 진정으로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상근 간부층의 이해관계를 현장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보다 우선한 것이고, 투쟁의 성패보다 노동조합 기구 유지·보존을 더 중시한 것이다.

실제 강미경 지부장은 조합원들 앞에서 “노동조합의 붕괴가 우려됐기 때문에” 합의했다면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 합의안 수용이 부결되면 “지부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사실상 조합원들에게 합의안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한 것이다. 이런 강요 때문에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고, 파업은 종료됐다. 그러나 집행부의 협박 속에서도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반대표를 던져, 잠정합의안은 합의안 찬반 투표치고는 낮은 찬성률인 66.7퍼센트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파업 종료에 찬성한 것은 대안 부재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많았지만, 집행부의 양보 교섭에 맞서 부결 선동을 하면서 파업을 지속할 것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평소 노조 집행부와 독립적으로 현장 투쟁을 이끌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대학 당국은 공무원 노동자와 기성회 노동자들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서약에 서명하기를 마지막까지 거부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대학 당국의 차별과 이간질은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차별에 맞선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이런 투쟁을 대비해 방송통신대의 투쟁적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이 왜 미흡한 성과를 남겼는지 교훈을 얻고, 노조 집행부가 투쟁을 제한할 때 독립적으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파업에서 공무원노조의 비협조가 파업 효과를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만큼 대학노조와 공무원노조 경계를 넘어 방송통신대 전체 노동자들을 조직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