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서울교대학보 비판:
반값 등록금은 정당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서울교대학보〉(이하 학보)는 제432호 사설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이] 또 하나의 포퓰리즘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고민 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무책임한 정치가를] 가려낼 혜안이 없는 국민들이라면 무상, 복지라는 미망에서 벗어날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하며 반값 등록금 요구를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진정 고민이 없는 것은 학보다. 2010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한국의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부담율은 20.7퍼센트밖에 안 된다. OECD 평균인 69.1퍼센트, EU 19개국 평균인 79.4퍼센트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이다. 정부의 재정부담율을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리면 등록금을 반값 이하로 내릴 수 있다.
학보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 … 국민의 세부담을 가중” 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구의 세금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부자 감세로 없어진 돈의 4분의 1만 있으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 자본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국민의 세부담”까지 운운할 이유는 없다. 등록금을 낮추고 정부가 충당하는 비율을 늘리는 것이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부담을 훨씬 더는 길이다. 게다가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제대로 세금을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 50조 원의 세수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법인세 감면 등 부자 감세를 해야 투자가 늘고 경제가 살아나 반값 등록금 같은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법인세 감면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반박한다. “기업소득이 1만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는 고작 1천80원 늘어났다.”라고 한다. 나머지 9천 원은 기업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뿐이다.
물론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높고 부실한 사립대가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 나쁜 일인가? 고등교육의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하며,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충당하는 비율을 OECD 평균까지만 올려도 반값 등록금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앞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그리고 부실한 사립대의 질을 높이려면 이 대학들을 국·공립화하든지 국·공립 대학을 늘려 이들 대학의 교수와 학생을 흡수하면 된다. 한국의 등록금 부담이 높은 데에는 사립대 비중이 78퍼센트나 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한 몫한다. (물론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절대로 싸지 않다. 실질구매력지수(PPP) 기준 2007~2008년 한국의 국공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4천717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이다.) 부실한 사립대를 걱정하기 이전에 이러한 해법은 고민해 봤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등록금이 가장 높은 대학들은 대부분 부실 사립대가 아니라 소위 ‘명문’ 사립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예산을 뻥튀기해 등록금을 올려 받고 이를 남겨서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왔다. 현재 전국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9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적립금 1위인 이화여대는 1년 적립금 8백38억 원을 장학금으로 주면 60.4퍼센트의 학생들이, 2위인 연세대는 43.7퍼센트의 학생들이 ‘공짜로’ 대학에 다닐 수 있다.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은 삶의 기회를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이기도 하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책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는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다. 역사를 볼 때,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들은 사람들의 행동이 없었다면 쟁취할 수 없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