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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주 노동자들을 환영해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세계적 규모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국제적인 체제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역사는 노동력 이동의 역사이다. 자본주의 초창기부터 사람들은 항상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아 왔다.

이주 노동에 대한 지배자들의 태도는 종종 모순돼 있다. 한편으로는, 이주 노동자들이 실업과 범죄와 에이즈의 주범인 것처럼 공격하면서 이주 규제를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이주 노동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

이것은 이주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하는 구실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경제가 팽창하거나 전쟁이 일어나, 당시까지 고용된 노동자들만으로 노동의 수요를 충분히 채울 수 없을 때, 자본가들은 노동 부족을 메워 줄 노동자들을 찾는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때 선진국에서는 수많은 남성 노동자들이 군대에 갔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이 군수산업에 대거 취업해 이 공백을 메웠다.

이주 노동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의 노동자만으로 부족할 때 자본가들은 종종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오는 것을 장려한다.

19세기 초의 반세기 동안 미국에는 엄청난 규모의 이주 노동자가 들어와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10년마다 인구가 35퍼센트씩 증가했고 15년마다 국민총생산(GNP)은 2배로 성장했다. 다른 선진 자본주의 경제도 대부분 이주 노동에 의해 건설됐다.

한국에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경제가 최대 호황을 누리던 1987년 이후부터다. 한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이주 노동력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자본가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에서 큰 이득을 얻는다. 한국에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국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주로 3D 업종에 헐값에 고용돼 있다. 그들은 보통 하루에 12∼14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한국 노동자의 절반 가량이다.

경제 불황 때조차 자본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이주 노동자가 필요한 것도 비용 절감 때문이다.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은 주로 비용 절감이 절실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이주 노동자 추방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 노동을 수입한 자본가들은 그들의 아이를 보살피고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그들의 “모국”에 떠넘길 수 있다. 노동력에 대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서도 그들의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내국인들에 비해 복지 혜택은 적게 받지만(한국에는 거의 없다) 세금은 오히려 더 많이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본주의 경제에 이익이 되는 이주 노동자를 지배자들은 왜 공격하는가? 자본주의 국가는 왜 이주를 규제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배자들이 분열 지배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계급 내에 있는 갖가지 차이 ― 성, 인종, 성적 지향 등 ― 를 부추겨 노동자들의 단결을 가로막는다. 이주 규제는 세계 노동계급을 그들의 출신지나 피부색으로 나눠 분열시킨다.

지배자들은 경제가 불황일 때 이주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공격한다. 실업과 빈곤, 복지 축소,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이주 노동자들에게 돌려 노동계급의 저항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지배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1987년부터 남한에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지만 1997년 이전까지 실업률은 매우 낮았다. 경제가 불황이던 1979∼1980년에 실업률이 증가할 때 이주 노동자는 거의 없었다. 실업 증가는 자본가들이 이윤이 적게 남는 부문의 생산을 감축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더욱 세계화하고 있다. 자본은 더 값싼 원료와 더 좋은 투자처, 시장을 찾아 전세계 곳곳을 누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IBM 등 다국적 기업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자유롭게 간다. 노동자들은 왜 안 되는가?

노동자 계급은 국제적인 계급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의 형제·자매다. 우리는 이주 노동자 강제 추방에 반대하고 이주 규제에 반대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