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파업이 열흘 넘게 지속되자, 사측이 점포 3백92개 중 43개를 폐쇄했다.
사측과 보수 언론은 “손님이 봉이냐”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개별 성과급제를 고집하며 임금 삭감과 고용 불안을 강요하는 사측이 바로 문제의 장본인이다. 더구나 43곳에 대한 영업 중단 조처는 ‘점포를 영구적으로 폐쇄하려는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최근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은행장 리처드 힐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개별 성과급제는 SC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 전략인데다, 이번 파업 승리가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려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것은 전체 금융 노동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노조는 파업 효과를 극대화해 사측을 더 몰아붙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일은 파업 거점을 서울로, 특히 본사나 주요 점포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처럼 강원도 산 속의 리조트에 머물지 말고 서울에서 강력한 점거파업 등을 벌인다면, 연대의 초점을 형성할 수 있고 여론의 주목도 끌 수 있다. 이것은 사측에게 상당한 압력을 주고 노동자들의 자신감도 높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은행 전산망을 마비시킬 힘을 가진 전산센터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시켜야 한다. 실제로 2003년에 조흥은행 노동자들은 점거파업과 전산 부문 동참으로 나흘 만에 3년간 고용 안정 등 양보를 끌어낸 바 있다.
SC제일은행 노조 지도부는 “성과급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 뒷걸음질치지 말고, 이런 효과적 투쟁 전술을 채택해야 한다.
한편, 최근 “9월 총파업”을 선언한 금융노조 지도부는 지금부터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금융노조 지도부는 최근 주한유럽연합 상공회의소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자본가 단체의 중재는 투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바로 대규모 연대 집회 등을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