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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파업 일기 (7월 16일):
“미쳐가는 세상과 싸워 반드시 이기리라”

이 글은 유성기업 여성 대의원이 쓴 파업 일기다. 〈레프트21〉이 이 여성 노동자의 일기를 연재한다.

아침 9시40분쯤에 평택역에서 1시간 30분 가량 홍보전을 했다.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나눠 주는데, 무심하게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 그냥 받기만 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유인물을 안 받는 사람한테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짜증을 낼 뻔했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말이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고 여겨 그냥 지나치고 그랬다. ‘그땐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앞으론 절대 그러지 말고 ‘수고하십니다! 힘내세요!’ 이 한 마디를 꼭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도 응원해 주는 분들 덕분에 비가 많이 오는데도 힘이 났다. 시민 한 분은 민주노조 활동을 하셨다면서, 도넛을 주면서 먹고 힘내라고 했다. 그 말에 정말 울컥 했다. 역시, 어디서든 연대의 힘은! 꼭 잘 돼서 보답해야지.

오후엔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했다. 오늘도 역시 경찰들이 엄청 많이 왔고, 우리를 막아섰다. 운용리에서 1차 집회를 마치고, 2차 집회를 하려고 뺑 돌아 유성기업 후문 쪽으로 갔다. 경찰들은 급했는지 부리나케 뛰어 막아섰다.

바로 내 눈 앞에 회사가 보인다. 근데 못 간다. 일하고 싶다고 그렇게도 외치는데도 경찰들이 막는다. 회사 정문으로 가고 싶다.

정말 답답했다. 한숨만 나오고 자꾸 지치고 아프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같이 함께해 주겠다고 오신 분들이 있으니까.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말 함께해 주면 좋겠다. 매번 말로만 ‘유성은 대단하고, 유성이 무너지면 충남에 있는 노동조합은 다 무너질 것이고, 이것은 유성만의 투쟁이 아니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하지 말고. 같이 해 줬으면 좋겠다.

2차 집회를 마치고 하우스로 걸어가는데, 한 경찰이 쇠통(?)을 매고 있었다.

너무 궁금해서 내가 물었다. “저기요, 경찰 아저씨! 이거 뭐예요? 최루액이에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이거 뭐예요? ” 그는 나를 째려보듯이 뒤를 돌아보더니, “캡사이신이에요” 하고 말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이거 저희한테 뿌리려고 가지고 온 거예요?”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가버렸다.

정말, 사람한테 소화기를 뿌리는 용역들이나, 최루액을 뿌리는 경찰들이 도대체 뭐가 다른 건지! 용역이 던진 돌에 맞아 우리한테 증인 서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새 사측에 딱 붙어서 집회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이런다. 정말 화가 나서 미쳐버리겠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뭐만 하면 불법이라고 나불거리는 경찰들 때문에. 숨 쉬는 거 빼고는 노동자가 하는 것은 다 불법인가 보다.

미쳐가는 세상 앞에 당당히 싸워 반드시 이겨 주리라! 오늘도 이 악물고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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