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외교가 폭주하고 있다.
2023년 3월 고령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수십 년 싸움 끝에 얻어낸 피해 배상 판결을 ‘제3자 변제’ 한일 합의로 무력화시킨 것도 모자라, 4월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을 보아 넘겼다.
8월에는 끝내 전 지구적 재앙이 될 일본의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마저 용인해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어, 윤석열의 지지율은 4월 한때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곳곳에서 윤석열의 “굴욕·종속 외교”와 “국익 훼손”에 대한 규탄이 쏟아졌다.
그런데 윤석열과 우파는 “미국, 일본 같은 강대국과의 동맹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익이다!” 하고 맞선다.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연달아 열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 협력 및 군사적 지원을 더 많이 끌어냄으로써 ‘국익’을 증명하려고 한다.
과연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핵심으로 포함할 수밖에 없는 ‘국익’을 주요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윤석열에 반대하는 반전 평화 운동을 효과적으로 건설할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필자들은 그러기 어렵다고 본다. 이 소책자는 윤석열의 친미·친일 외교 정책에 대한 반대가 민족주의적 방향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서 한일, 나아가 국제 노동계급이 단결해 싸우기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썼다.
우리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그곳에서 자국 지배계급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효과적으로 싸운다면, 우리 자신의 평화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나라 노동계급에게 연대를 호소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일본 제국주의와 그에 협조하는 한국 정부에 반대하고, 각국 노동계급의 공통의 이익인 경쟁적 군비 증강 반대, 일본 평화헌법 개정 반대, 군사 동맹 폐기 등을 주장하며 싸워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제국주의적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지금, 계급투쟁적이고 국제주의적인 반제국주의 운동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머리말 _ 7
일러두기 _ 9
들어가며: 윤석열은 왜 친미·친일 외교를 할까? _ 11
1. 위안부·강제동원 문제란 무엇인가
위안부 제도: 일본 국가가 저지른 전쟁 범죄 _ 18
위안부 제도의 배경 – 제2차세계대전 _ 24
강제동원 – 일본 제국의 노예가 되다 _ 30
더 알아보기 일본인 사회주의자가 말하는 관동대지진 학살 사건 _ 35
2. 한·일 과거사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을까
전후 일본의 전쟁 범죄는 어떻게 처리됐나 _ 50
한일협정: 경제 개발 자금과 맞바꾼 책임 묻기 _ 64
고노 담화와 한일위안부합의 _ 70
외면당한 배상 판결 _ 78
더 알아보기 과거사 문제에서 독일은 일본과 다르다? _ 83
3. 제국주의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일제 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한일 관계와 한국 지배계급 _ 88
제국주의 문제란 무엇인가 _ 101
반제국주의 운동, 누구와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_ 111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주의 _ 117
더 알아보기 위안부 문제와 페미니즘 — 반제국주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_ 123
김승주
좌파 주간 신문 <노동자 연대>의 기자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국 정치 문제를 다뤄 왔고, 《세월호 참사, 자본주의와 국가를 묻다》(2018, 책갈피)를 쓰고 엮었다. 이메일 주소는 tmdwn9108@gmail.com이다.
하세가와 사오리
한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 사회주의자로, 한-일 통번역사이자 인하대학교 의대 박사후연구원이고,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731부대》(2020, 건강미디어협동조합)의 공역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