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논문은 마르크스주의 계간지인 International Socialism 50호(1991년 봄호)에 실린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Marxism and Imperialism today’를 번역한 것이다.
이 글이 발표된 1991년은 동서 냉전이 끝나면서 서방이 주도한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항구적으로 승리했고 통합된 세계경제 질서 속에서 강대국 간 전쟁은 과거지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널리 퍼져 있을 때였다. 그러나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냉전 종식 후의 세계는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다극적인 세계로 복귀”할 것이고 “여러 강대국들이 지배했던 훨씬 더 유동적인 제국주의 간 경쟁의 시대로 돌아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석에 기초하여 그는 제국주의 경쟁에 따른 불안정과 전쟁에 맞선 혁명가들의 전략·전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할 수 있었다.
물론 1991년 이후 한동안 미국이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듯했고,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몰이 때문에 그 누구도 미국에 도전할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유로존의 등장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캘리니코스가 예견했듯이, 세계는 경제적·정치적으로 더욱 다극적인 체제로 바뀌었다. 또한 미국이 세계1위의 군사대국인 것은 맞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나타내듯이 무소불위의 존재는 아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세계적 주도력이 갈수록 더 많이 도전받는 지금, 이 글이 제시한 분석은 그때보다 훨씬 더 현실에 부합하는 것 같다. 이 글이 1991년에 쓰였기 때문에 중국의 급부상으로 말미암은 변화를 다루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김하영의 ‘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 불안정’(《제국주의론으로 본 트럼프 등장 이후의 동아시아와 한반도》, 김영익·김하영 외 지음, 책갈피, 2017)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글은 이수현이 번역했다.
1950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자본론의 논리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2000년대의 세계적 대안 세계화 운동과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으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1년 한국의 한 중앙 일간지가 선정한 세계 지식인 42인 가운데, 놈 촘스키에 이어 둘째 순서로 소개됐다. 또 <한겨레>가 보도했듯이 “캘리니코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와 세계 반전/반자본주의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캘리니코스가 쓴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은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필독서로 꼽혔다. 그 밖에 《반자본주의 선언》,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자본론 행간 읽기》,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공저), 《브렉시트와 유럽연합》(공저),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공저), 《제3의 길은 없다》, 《평등》, 《사회이론의 역사》, 《현대철학의 두 가지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서사》 등 수십 권의 저서가 번역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