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은 8240만 명이다. 유엔난민기구가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다. 난민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인 강대국들의 군사적∙경제적 개입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난민이 늘어나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한국에 오는 난민은 전 세계 난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난민의 유입을 막고, 입국한 난민이 못 견디고 떠나도록 옥죄고 있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019~2020년 연속 0.4퍼센트(2004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난민을 없는 존재 취급한다.
이 소책자는 한국에 온 난민들의 삶과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지난한 난민 심사 과정, 난민 불인정 통보를 받은 이후까지 난민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아도 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정부와 난민 혐오 세력은 온갖 거짓말로 이런 현실을 감추고 사람들을 이간질하려 한다. 이 소책자는 난민이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는다, 범죄가 는다, ‘가짜 난민’이다 등 대표적인 거짓말들을 실증적으로 반박한다.
특히, 무슬림 혐오가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 한 장을 할애해 다룬다. 이슬람은 교리적으로 폭력적이고 극단적이라거나, 여성차별적인 종교라는 편견을 효과적으로 반박한다. 무슬림 혐오는 오늘날 인종차별의 중요한 양상 중 하나인 만큼,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 소책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국경통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흔히 난민의 처지에 공감하면서도, 일정한 국경 통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부딪혀 머뭇거리곤 한다. 완전한 이주의 자유는 공상적인 주장 아닐까? 이 소책자는 역사적인 분석을 통해 국경 통제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며, 자본주의 국가와 자본가들의 이익에만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난민∙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이 그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자본주의가 낳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불안정 증대는 난민∙이주민을 속죄양 삼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효과적으로 맞서지 못한다면 사회 분위기가 우경화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을 배척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십만 명이 동참하면서 난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부와 난민 혐오 세력과는 달리 난민에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란 출신 난민 청소년 김민혁 군 부자와 무려 9개월여 동안 인천공항에 억류됐던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에 대한 광범한 연대가 이를 보여줬다.
이런 목소리를 더욱 넓히고 난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독자에게 이 얇은 소책자는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김어진
좌파 노동단체인 노동자연대 회원이다. 정치경제학 강의를 해 왔고 반전평화, 난민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현주
〈노동자 연대〉 기자로 이주민∙난민에 대한 기사를 썼었고, 현재는 여성 차별 관련 글을 주로 쓰고 있다.
임준형
〈노동자 연대〉 기자로 이주민∙난민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좌파 노동운동 단체인 노동자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이주민∙난민 차별에 맞선 여러 연대 활동에 참여해왔다.
차승일
좌파 노동운동 단체인 노동자연대 회원이다. 번역가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인종차별과 자본주의》(책갈피), 《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책갈피, 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