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고등학교 교육이 진로·적성 중심 교육이 되어야 하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단계에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미래의 진로와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고등학교 교육의 본질인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역사교육은 학생들의 역사가로서 자질이나 적성을 탐색하거나, 역사 전공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쌓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적 인과성, 사건들의 상호 연관성, 개인-사회-자연 사이의 복잡한 상호 규정 등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키우는 것이 고등학교 역사교육의 기본 목적이다. 고등학교 시기인 10대 후반은 개인의 전 생애적 삶의 주기에서 개념적 사고에 기초한 보편적 지성의 형성과 자기-타자-세계에 대한 객관적 인식에 기초한 가치관, 세계관, 윤리성 확립에 결정적인 시기이다. 어떤 직업적 삶을 사느냐와 상관없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사회적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 능력을 키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교학점제는 학교교육을 학생들의 전면적 발달과 보편적 성장보다는 직업적 삶에 필요한 특수한 역량의 육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유행사조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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