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오전 11시,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은 예멘인 난민신청자 85명 중 단 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직권철회 11명, 단순 불인정 22명, 인도적 체류 50명이라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올 10월 17일 예멘난민신청자 481명 중 458명의 심사 결과 단순 불인정 34명, 심사결정 보류 85명, 인도적 체류 339명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결국 최종적으로 5백여 명의 난민 중 고작 2명만 난민으로 인정한 것인데, 이 반인권적 심사 결과를 우리는 다음의 이유로 강력히 규탄한다.
첫째, 예멘 난민신청자들 481명 중 단 두 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예멘 난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해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완벽한 몰이해를 보여 준다. UN에서도 예멘 내전에 대해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라고 공표한 바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예멘을 폭격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전시비축탄약(180억 원가량)을 반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예멘에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하는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심사과정을 거쳐 단 두 명만을 인정한 것은 책임 회피다. 그간 출도 제한 조처 때문에 제주에 억류된 난민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너무 오랜 기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겨우겨우 연명해야만 했는데 말이다. 또 난민 인정이 거부되고 인도적 체류 허가도 받지 못한 난민들은 강제 송환 위기에 처할 위험마저 있다.
둘째, 예멘 난민 상당수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 받았는데, 이는 전혀 인도적이지 않다. 이 조처는 그저 임시적으로 체류만 보장한 것인데, 임시 체류형 비자 (G-1)로는 가족결합도 불가하며 기초생활보장이나 직업훈련도 지원받지 못한다. 의료보험 혜택은 말할 것도 없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들은 수개 월에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 때문에 취업조차 쉽지 않다. 지금 상당수가 임시 일용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번 결정이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 온 엄격한 심사를 통한 ‘가짜 난민’ 방지 프레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취한 우선 조처는 출도 제한과 예멘을 비롯한 다수 난민 발생 국가들에 무사증 입국 비자를 중단한 것이다. 난민들이 몰려 온다는 불안감을 조장하며 난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 일이었다. 이번 결과 역시 생과사를 넘나드는 난민들의 고통을 직시한다면 이렇게 냉혹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정부는 난민 심사와 그 절차를 난민에게 불리하게 만드는 난민 제도 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이미 국회에 관련 개악안들이 8건이나 올라와 있다. 이 개악안에는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와 정책은 난민들에게 오롯이 책임을 덧씌우고, 인종차별, 이주민 차별, 종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방조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난민보호협약을 비준한 뒤 1994년부터 형식적으로 난민신청은 받으면서도 실질적인 난민보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고작 4%로 38%에 달하는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에도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인종 혐오에 내몰린 난민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난민법마저 개악하려는 최근 정부의 행보를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난민법 개악 등 난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원문 제목: 12월 14일 제주 예멘 난민 심사 결과에 부쳐 - 예멘 난민에 대한 반인권적 심사 결과 규탄한다! 난민법 개악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