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의 ‘자칭’ 대통령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서방세계의 많은 언론과 미 제국주의에 영합한 정부들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실정과 후안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행위를 연결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자신들의 대통령을 쫓아낼지 말지는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선택할 문제이지 타국의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베네수엘라에는 민중에 의해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엄연히 존재한다. 스스로 대통령을 사칭하는 사람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니 마니 할 권리가 한국과 미국 정부에는 없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처럼, 베네수엘라 운명의 주인은 바로 베네수엘라 민중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안 과이도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참칭 행위로 촉발된 혼란에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22일 펜스 부통령의 전화를 받은 과이도는 다음날 대통령 참칭 행위를 자행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승인’하였다. 그렇게 베네수엘라 국민 81%가 누구인지 모르고, 겨우 8%의 의석만 가진 극단주의 우익정당의 대표 정치인은 미국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
한데 트럼프 정부는 그것을 감출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은 그것을 감출 의지 자체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엄연한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야당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해왔고, 베네수엘라 정부를 수없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흔들어왔다.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베네수엘라 내부의 쿠데타를 획책하며 직접적인 침공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내정간섭과 침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 미국은 언제나 자신에게 타국에 개입할 권리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다면 얼마나 반인권적인지, 정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련 없이 수많은 독재 정부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는 정부라면 제재하고 쿠데타를 기획하였으며, 심지어는 군사적 침공을 감수해서까지 붕괴를 꾀해왔다. 중남미 국가들 중에는 이러한 미국의 내정간섭을 당하지 않은 나라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이다. 이번 사태 또한 미국이 역사상 저질러왔던 수많은 내정간섭들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한국 정부가 미 제국주의에 영합하여 내정간섭에 동참한 시기가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때인 것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3.1운동은 민족자결주의 사상 하에, 조선 민중의 자결을 가로막는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한 민중운동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로부터 100년 후 그 정신을 배반하고 미 제국주의에 영합하여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결정을 내렸다.
3.1운동을 계승하는 것은 많은 돈을 들여 거창한 행사를 연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제군주의 장례식을 재연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사를 연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3.1운동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은 제국주의에 반대해 민족자결을 주장한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것을 실천할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이번 결정처럼 3.1운동의 정신을 버리고 제국주의에 영합하는 순간 온전한 3.1운동의 계승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한 나라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은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 있다는 국민주권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역사적 경험 속에서 인류가 많은 눈물과 피를 흘린 끝에 가장 적은 피해로, 가장 무리 없이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합의였다.
미국은 이러한 합의를 깨고 베네수엘라에 개입했으며, 한국 정부는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에 동조했다. 누군가는 “냉혹한 국제 질서 하에서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교는 근시안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다. 한국의 헌법에는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수립되며 스스로 정한 한국 외교의 최고 목적이다.
정부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국제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헌법의 국가이념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전 세계적인 편가르기에 참여하지 않고 침묵이라도 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기회를 걷어차버리고 제국주의에 동조하는 길을 선택했다. 리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현재 상황을 보았을 때, 한국 정부가 무엇에 동조하였는지는 명확하다.
한국은 이제 제국주의적 내정간섭에 동조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50년 뒤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제출할 반성문을 쓰기 시작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정의당 국제연대 당원모임은 3.1 운동 정신에 역행하고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 동조한 정부를 규탄하며,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
2019년 2월 27일
정의당 국제연대 당원모임
Society of International Solidarity in Justice Party
원문 보기: [논평] 3.1 운동 정신에 역행하는 외교부 성명 -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 동조한 정부 규탄 -